건국대 AI 부정행위 의혹에 600명 재시험…온라인 시험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건국대학교의 한 대형 온라인 교양과목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부정행위 정황이 드러나 수강생 600여 명이 중간고사를 다시 치르게 됐다. 학교와 담당 교수는 10월 19일 비대면으로 치른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이 훼손됐다고 보고 결과를 무효 처리했다. 재시험은 기말고사가 예정된 12월 14일 대면으로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사건은 한 학생이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AI를 이용해 시험에서 99점을 받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게시자는 시험 문제를 캡처해 AI에 첨부하고 답을 음성으로 받아 풀었다고 전해졌다. 연합뉴스는 학교가 구체적인 부정행위가 확인되거나 행위자가 특정되면 학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단순히 “AI로 커닝한 학생이 들켰다”로만 보면 놓치는 부분이 있다. 일부 학생의 의혹 때문에 정상적으로 응시한 학생까지 다시 시험을 봐야 했고, 온라인 시험 설계 자체가 생성형 AI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대학이 AI를 수업에 어떻게 허용하고 시험에서는 어디까지 금지할지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비슷한 갈등은 반복될 수 있다.
확인된 사실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
현재 확인된 것은 해당 과목이 600여 명이 듣는 한국어 관련 온라인 교양 강좌라는 점, 10월 19일 비대면 중간고사가 진행됐다는 점, 일부 학생의 AI 활용 정황으로 담당 교수가 시험을 무효 처리했다는 점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공정성과 변별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고 공지했다.
또 12월 14일에 중간고사 재시험과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함께 실시할 계획이 공개됐다. 한 학생이 AI로 99점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것이 의혹 확산의 계기가 됐다는 점도 여러 매체가 공통으로 전했다.
반면 “수강생 600명 모두가 AI를 썼다”는 증거는 없다. 600명은 재시험 대상 전체 수강생 규모다. 몇 명이 실제로 AI를 사용했는지, 게시글의 내용이 모두 사실인지, 어떤 답안이 AI로 작성됐는지는 조사 결과가 더 나와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을 학생 전체의 집단 부정행위로 표현하면 안 된다.
AI가 알려준 답이 실제로 얼마나 정확했는지도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온라인 게시글의 ‘99점’ 주장은 사건을 알린 단서이지만 그 자체가 학교의 최종 조사 결과는 아니다. 학교가 부정행위자를 특정할 경우 학칙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한 만큼, 징계 여부와 범위는 후속 확인이 필요하다.
왜 온라인 시험은 생성형 AI에 취약했나
기존 온라인 시험의 부정행위 방지는 학생이 다른 사람과 연락하는지, 책이나 검색엔진을 보는지, 화면을 바꾸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촬영한 뒤 답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시험 화면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외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감독 강화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카메라를 켜고 화면을 녹화해도 다른 기기, 이어폰, 음성 기능을 완전히 통제하기는 어렵다. 수백 명이 동시에 응시하면 감독자가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감시를 늘릴수록 학생의 사생활 침해와 오탐 문제도 커진다.
객관식이나 짧은 정답형 시험은 특히 취약하다. 문제 한 장을 그대로 입력하면 AI가 답 후보를 빠르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교재 내용을 그대로 묻거나 인터넷에 비슷한 문장이 많으면 더 쉽다. AI 사용을 금지한다는 공지만으로는 답을 얻는 시간을 충분히 늦추지 못한다.
반대로 개인 경험, 수업 토론, 단계별 추론, 자료 선택의 근거를 묻는 문제는 AI를 사용해도 답의 품질 차이가 드러나기 쉽다. 학생이 구두로 자신의 답을 설명하게 하거나 초안과 수정 과정을 제출하게 하면 실제 이해도를 확인할 단서가 늘어난다. 시험 설계가 ‘도구를 못 쓰게 하는 것’에서 ‘도구를 써도 배운 사람이 구별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모든 시험을 대면으로 바꾸면 해결될까
이번 과목은 재시험을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장 공정성을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온라인 강좌와 대형 교양과목을 대면 시험으로 돌리는 것은 공간, 인력, 시간 문제를 만든다. 원격 수업이 필요한 학생이나 장애 학생, 해외 체류 학생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대면 시험도 AI 부정행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소형 기기와 이어폰, 스마트 안경 같은 도구가 발전하면 감독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장소만 바꾸는 것은 단기 대응이고,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 장기 대응이다.
대학은 먼저 각 과제와 시험에서 허용되는 AI 사용 범위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AI 사용 금지” 한 줄이 아니라 맞춤법 교정은 가능한지, 아이디어 정리는 가능한지, 번역은 가능한지, 답안 작성은 금지인지 구분해야 한다. 학생이 사용한 도구와 입력 문장을 공개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교수 역시 시험 전에 규칙을 설명하고 예시를 보여줘야 한다. 같은 AI 사용이라도 참고자료 요약과 정답 생성은 다르다. 규칙이 모호하면 학생은 어디까지가 부정행위인지 알기 어렵고, 사후 징계의 정당성도 약해진다.
정상 응시자까지 재시험을 보는 문제
이번 결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사람은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다시 시험을 봐야 하는 학생들이다. 12월 14일에는 중간고사 재시험과 기말고사를 함께 치러야 하므로 학습 부담이 커진다. 이미 받은 점수를 믿고 이후 수업을 준비한 학생에게 일정과 평가 기준이 바뀐 셈이다.
교수 입장에서는 일부 답안만 골라내기 어려웠을 수 있다. AI 탐지 도구는 특정 문장이 AI가 쓴 것인지 확정적으로 판별하지 못한다. 잘못하면 정상 답안을 부정행위로 몰 수 있다. 시험 전체의 변별력이 무너졌다면 모두에게 같은 조건의 재시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집단 재시험도 비용이 크다. 학교는 왜 기존 시험으로 성적을 산정할 수 없었는지, 재시험 범위와 난이도는 어떻게 맞출지, 정상 응시자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이 부족하면 학생들은 일부의 잘못을 전체가 책임진다고 느낄 수 있다.
재시험을 실시할 때는 기존 시험과 내용이 얼마나 겹치는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같은 날 치르는 것이 학습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는지 검토해야 한다. 시험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두 평가가 서로 영향을 주면 또 다른 공정성 문제가 생긴다. 필요한 경우 시간 분리, 휴식, 별도 이의 제기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AI 탐지기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대학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대응은 AI 작성 탐지기다. 그러나 이런 도구는 확률을 제시할 뿐 확정적인 증거가 아니다. 사람이 직접 쓴 간결한 문장을 AI로 오인하거나, AI가 만든 문장을 조금 수정하면 놓칠 수 있다. 특히 한국어, 비원어민의 글, 짧은 답안에서는 신뢰도가 더 불안정할 수 있다.
시험 부정행위 판단을 탐지기 점수 하나에 맡기면 정상 학생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징계에는 답안의 갑작스러운 문체 변화, 시험 접속 기록, 제출 시간, 학생의 구두 설명, 다른 답안과의 유사성 같은 여러 자료가 함께 필요하다. 학생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절차도 중요하다.
이 사건처럼 문제를 촬영해 답을 음성으로 듣는 방식은 제출된 문장만 분석해서는 찾기 어렵다. AI 탐지기는 결과물의 문체를 보지만, 학생이 받은 답을 객관식 선택지로 옮겼다면 분석할 문장 자체가 없다. 따라서 탐지 기술보다 시험 문제와 운영 방식을 바꾸는 편이 근본적이다.
대학이 학생의 개인 기기를 과도하게 감시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화면, 시선, 주변 소리를 모두 기록하면 민감한 개인정보가 쌓인다. 녹화 자료를 누가 보고 얼마나 오래 보관하는지, 자동 감시 시스템이 학생의 행동을 잘못 판단했을 때 어떻게 이의를 제기할지 규칙이 필요하다.
수업에서 AI를 가르치고 시험에서 금지하는 모순
많은 대학이 생성형 AI 활용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학생에게 자료 검색, 글쓰기 보조, 아이디어 정리 방법을 가르치면서 시험에서는 AI를 전면 금지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직장에서는 AI 사용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모든 평가에서 도구를 배제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해결책은 평가 목적을 나누는 것이다. 기초 지식과 개인의 이해를 확인해야 하는 시험은 제한된 환경에서 치를 수 있다. 반면 실제 업무 능력을 평가하려면 AI 사용을 허용하되 결과 검증, 출처 확인, 수정 이유를 함께 제출하게 할 수 있다. ‘AI 없이 할 수 있는 능력’과 ‘AI를 책임 있게 활용하는 능력’을 별도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과목에서 짧은 대면 시험으로 핵심 개념을 확인하고, 별도 과제에서는 AI를 사용해 보고서 초안을 만들게 할 수 있다. 학생은 어떤 도구를 썼고 어떤 오류를 고쳤는지 기록한다. 그러면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제출하는 학생과 내용을 이해하고 개선한 학생을 구분하기 쉬워진다.
교수에게도 지원이 필요하다. 수백 명의 답안을 평가하면서 매번 개별 구술시험을 할 수는 없다. 학교 차원의 문제은행, 소규모 무작위 구술 확인, 과정 기록 도구, 명확한 AI 사용 표준이 필요하다. 책임을 개별 교수에게만 맡기면 과목마다 규칙이 달라지고 학생의 혼란이 커진다.
학생과 학부모가 알아야 할 기준
학생은 과목별 규정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학교 전체 지침이 AI 사용을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도 담당 교수가 특정 시험에서 금지할 수 있다. 규정이 없거나 표현이 애매하면 시험 전에 질문해 답을 기록으로 남기는 편이 좋다.
AI를 허용하는 과제라도 사용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참고한 도구, 입력한 질문, 수정한 부분을 간단히 남기면 자신의 판단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AI 답변에는 틀린 사실과 존재하지 않는 출처가 섞일 수 있으므로 원문 확인이 필수다.
부정행위 의혹을 받았을 때는 AI 탐지 점수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도록 소명 절차를 요청해야 한다. 초안, 메모, 참고자료, 문서 수정 기록은 자신이 어떻게 답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시험 규정이 명확히 AI 사용을 금지했다면 “다른 학생도 썼을 것”이라는 주장은 정당화가 되지 않는다.
학부모와 학교는 AI를 무조건 금지하거나 무조건 허용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목과 평가 목적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규칙을 사전에 알리고, 위반 여부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판단하며, 정상 학생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이유
건국대 사례는 생성형 AI가 대학 평가의 주변 문제가 아니라 운영 전체를 바꾸는 문제가 됐음을 보여준다. 한 학생의 온라인 글이 600여 명의 시험 무효와 대면 재시험으로 이어졌다. AI가 답을 잘하느냐보다 대학이 ‘누가 무엇을 배웠는지’를 어떻게 확인할지가 더 큰 질문이 됐다.
이번 사건에서 기억할 사실은 세 가지다. 실제 AI 사용 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600여 명은 전체 재시험 대상이다. 학교는 시험의 공정성과 변별력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10월 19일 시험을 무효 처리했다. 재시험과 기말고사는 12월 14일 대면으로 치를 예정이다.
앞으로 볼 변화
먼저 학교 조사에서 실제 부정행위자가 특정되는지, 학칙에 따른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정상 응시자의 재시험 부담과 이의 제기 절차가 마련되는지 봐야 한다. 셋째, 건국대와 다른 대학들이 과목별 AI 허용 범위와 온라인 시험 기준을 구체화하는지가 중요하다.
이 사건의 해법은 감시 장비를 더 많이 켜는 데만 있지 않다. AI를 써도 학습 여부가 드러나는 문제, 사용 과정을 공개하는 평가, 기초 지식과 AI 활용 능력을 나누어 보는 제도가 필요하다. 12월 재시험의 결과보다 더 오래 남을 변화는 대학 시험이 생성형 AI를 전제로 다시 설계되는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