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 AI 광고에 표시 의무화…어떤 광고가 대상인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가 2026년 10월 22일 인공지능으로 만들거나 크게 바꾼 광고에 표시를 붙이도록 하는 법을 확정했다. 조시 셔피로 주지사가 서명한 ‘AI 기만 광고법’은 사진·영상·음성·글 가운데 하나라도 AI로 생성되거나 상당 부분 수정된 광고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을 때, 광고와 같은 형식으로 그 사실을 알리도록 요구한다. TV 광고라면 화면이나 음성으로, 인쇄 광고라면 글로 알아볼 수 있게 밝혀야 한다는 취지다.
이 법은 선거 광고만 겨냥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TV 광고부터 동네 식당 전단, 온라인 쇼핑몰 상품 광고까지 상업 광고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밖에서 만든 광고라도 이 주의 소비자에게 노출된다면 표시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 주의 법이지만 전국 단위로 같은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은 펜실베이니아용 광고만 따로 만들기보다 전체 광고에 AI 표시를 붙이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AI를 한 번이라도 썼으면 무조건 표시한다”는 단순한 규칙은 아니다. 법문에는 ‘상당히 수정되거나 생성된’ 콘텐츠, ‘거짓 소비자 인식’을 만드는 방식 같은 표현이 들어 있다. 패러디·풍자·논평·비평과 명백히 허구인 내용에는 예외도 있다. 이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 때문에 법이 실제 시행될 때 어떤 광고가 단속 대상이 되는지, 단순한 사진 보정과 가짜 장면 생성은 어디서 갈리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지금까지 AI 광고 표시는 주로 플랫폼의 자율 규칙이었다. 광고를 올리는 사람이 AI 사용 여부를 체크하거나, 플랫폼이 합성 콘텐츠를 감지해 라벨을 붙이는 방식이다. 이런 규칙은 서비스마다 다르고 위반했을 때 계정 제한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펜실베이니아의 변화는 AI 표시를 광고주의 선택이나 플랫폼 예절이 아니라 소비자보호법의 문제로 옮겼다는 데 있다.
공식 의회 기록에 따르면 상원 법안 806호는 기존 ‘불공정 거래 관행 및 소비자보호법’을 고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10월 21일 주지사에게 전달돼 22일 승인됐다. 즉 별도의 거대한 AI 규제 체계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속이는 광고를 다뤄 온 기존 법에 합성 콘텐츠 표시 의무를 덧붙였다. 이 구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AI가 특별한 기술이라서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상품의 성능·모양·추천인·사용 장면을 실제와 다르게 믿게 만들 때 기존 광고 책임을 묻겠다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좁은 숙소를 AI로 넓고 밝게 보이도록 새로 그리거나, 존재하지 않는 의사가 건강식품을 추천하는 영상을 만들거나, 유명인이 말하지 않은 추천사를 합성했다면 소비자의 구매 판단을 직접 흔든다. 반대로 배경의 작은 얼룩을 지우거나 색 균형을 맞추는 편집까지 모두 같은 위험으로 볼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법의 문구가 ‘상당한 수정’과 ‘거짓 인식’을 함께 따지는 이유도 이 차이를 가르려는 데 있다.
광고에 붙는 표시가 왜 중요한가
AI로 만든 영상과 음성은 이제 값비싼 제작 장비가 없어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화면이 자연스러울수록 소비자가 광고의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제품을 실제로 사용한 장면인지, AI가 상상해 만든 장면인지, 출연자가 실제 사람인지 가상 인물인지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표시 의무는 광고를 금지하지 않으면서도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려는 최소 장치다.
라벨은 특히 짧은 영상에서 의미가 크다. 이용자는 몇 초 안에 장면을 보고 넘기기 때문에 설명문이 게시물 아래 깊숙이 숨어 있으면 사실상 읽지 못한다. 법이 광고와 ‘같은 형식’의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는 영상 속 오해를 웹사이트 약관 한 줄로 해소했다고 주장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음성 광고라면 음성으로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이미지 광고라면 이미지 안에서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라벨이 붙었다고 광고 내용이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실제 상품 사진을 바탕으로 배경만 생성했을 수도 있고, 실존 모델 대신 가상 인물을 썼지만 가격과 성능 설명은 정확할 수도 있다. 반대로 ‘AI 사용’ 표시가 없다고 모든 장면이 실제라는 보장도 없다. 전통적인 합성, 과장 연출, 선택적인 편집은 생성형 AI 이전부터 있었다. 소비자는 라벨을 진실 판정표가 아니라 제작 방식에 관한 추가 정보로 읽어야 한다.
기업과 소상공인이 확인할 부분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광고 제작 과정의 기록이다. 외주 제작사나 광고 대행사가 이미지 생성 도구를 썼다면 최종 광고주가 이를 모른 채 게시할 수 있다. 광고주는 어떤 도구가 어느 장면에 쓰였는지, 원본 사진과 음성은 무엇인지, 합성된 인물이 실제 추천인처럼 보이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행사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노출된 광고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국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은 지역별 버전을 따로 운영할지, 모든 버전에 공통 표시를 넣을지 결정해야 한다. 공통 라벨은 관리가 쉽지만 AI를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한 광고까지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다. 지역별 제작은 표시 범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지만 관리 비용과 실수 위험이 커진다. 실제 시행 지침과 판례가 쌓이기 전에는 소비자 인식을 크게 바꾼 합성 장면에 명확한 표시를 하는 보수적 운영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도 예외라고 단정할 수 없다. 메뉴 사진을 생성하고, 고객 후기처럼 보이는 문장을 만들고, 실제 매장에 없는 공간을 광고 이미지에 넣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배달앱이나 소셜미디어 광고처럼 사진 한 장이 구매 판단을 좌우하는 곳에서는 ‘예쁜 예시 이미지’와 ‘실제 제공되는 상품’의 차이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AI라는 단어를 표시하는 것만으로 실제 상품과의 차이까지 모두 설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의 빈틈은 무엇인가
첫 번째 빈틈은 ‘상당한 수정’의 기준이다. 피부 보정, 하늘 교체, 상품 주변 배경 생성, 목소리 잡음 제거처럼 AI가 관여하는 정도는 연속적이다. 어느 지점부터 소비자에게 중요한 변화가 되는지 법문만으로 자동 판정하기 어렵다. 단순히 사용한 도구의 이름보다 결과가 소비자의 인식을 얼마나 바꿨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두 번째는 ‘명백히 허구’라는 예외다. 날아다니는 자동차처럼 누구나 현실이 아니라고 알 만한 장면은 비교적 쉽다. 하지만 실제 도시와 실제 인물을 닮은 장면에 작은 허구만 섞이면 판단이 복잡해진다. 풍자와 광고가 섞인 인플루언서 콘텐츠, 재미있는 밈 형식을 빌린 상품 홍보도 경계가 흐리다. 예외가 넓게 해석되면 표시 의무를 피하는 통로가 될 수 있고, 너무 좁게 해석되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세 번째는 탐지와 집행이다. 규제기관이 완성된 광고만 보고 어떤 생성 도구가 얼마나 쓰였는지 항상 알아내기는 어렵다. 워터마크나 파일 정보는 편집·압축 과정에서 사라질 수 있고, AI 탐지기는 틀릴 수 있다. 결국 내부 제작 기록, 원본 자료, 계약서와 신고가 중요해진다. 기술적 탐지만으로 모든 위반을 찾아내겠다는 접근은 오탐과 누락을 함께 낳을 수 있다.
네 번째는 주 경계를 넘는 온라인 광고다. 광고 플랫폼은 이용자의 위치와 관심사에 따라 다른 광고를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펜실베이니아 주민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전국 캠페인에 어느 기준을 적용할지, 주 밖의 광고주를 어떻게 조사할지 실무 문제가 남는다. 한편 이런 부담 때문에 대형 플랫폼이 더 넓은 지역에 같은 표시 규칙을 적용하면 펜실베이니아 법이 사실상의 전국 표준처럼 작동할 수도 있다.
일반 사용자는 라벨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AI 표시를 봤다면 먼저 무엇이 합성됐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모델의 얼굴만 가상인지, 제품 자체가 생성 이미지인지, 추천 음성이 복제된 것인지에 따라 위험이 다르다. 상품의 실제 사진, 환불 조건, 독립적인 후기, 회사 연락처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건강·금융·주거처럼 잘못된 판단의 비용이 큰 광고일수록 한 장면의 자연스러움보다 근거 문서가 중요하다.
표시가 지나치게 작거나 영상 끝에 잠깐 나오거나 의미를 알아보기 어려운 표현으로 적혀 있다면 공개의 취지를 충족하는지도 의문이 생긴다. ‘AI 보조’처럼 범위가 넓은 말만으로 소비자가 중요한 합성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지도 향후 지침에서 다뤄질 문제다. 좋은 라벨은 단순히 법적 의무를 피하는 문구가 아니라 “제품 이미지는 AI 생성”, “음성은 배우의 허가를 받아 합성”처럼 판단에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
앞으로 볼 변화
이번 법은 AI 광고를 없애는 법이 아니다. 핵심은 광고가 현실처럼 보이도록 만든 합성 부분을 숨기지 말라는 것이다. 앞으로 확인할 첫 번째 변화는 펜실베이니아 당국이 ‘상당한 수정’과 ‘거짓 소비자 인식’을 어떤 사례에 적용하는지다. 실제 집행 사례가 나와야 단순 보정과 기만적 합성의 경계가 구체화된다.
두 번째는 광고 플랫폼의 대응이다. 메타·구글·틱톡 같은 플랫폼이 펜실베이니아 노출 광고에 별도 입력란과 자동 라벨을 제공할지, 전국 광고 정책을 함께 바꿀지가 관건이다. 세 번째는 다른 주의 모방 여부다. 주별 문구가 제각각이면 광고주는 여러 기준을 동시에 맞춰야 하고, 공통된 전국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광고 제작 도구 쪽의 변화도 봐야 한다. 이미지·영상 생성 서비스가 결과물에 출처 정보를 자동으로 붙이고 광고용 내보내기 단계에서 표시 문구를 제안한다면 소규모 광고주도 법을 지키기 쉬워진다. 반대로 플랫폼마다 서로 다른 워터마크를 쓰거나 파일을 다시 편집할 때 정보가 사라진다면 최종 광고주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기술 표준이 실제 법적 공개 의무를 대신할 수 있는지, 소비자가 그 표시를 알아볼 수 있는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독자가 기억할 사실은 간단하다. 펜실베이니아는 AI로 만든 광고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고,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중요한 합성에 표시 책임을 부과했다. 라벨은 진실을 보증하는 도장이 아니지만, 광고가 무엇을 실제로 촬영했고 무엇을 만들어 냈는지 묻는 출발점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