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장인도 AI 해고를 체감한다…개발자·번역가·작가에게 벌어진 변화
중국에서 AI가 일자리를 바꾸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8월 24일 AP통신은 베이징의 개발자, 청두의 번역가, 콘텐츠 작가, 교사 등 여러 노동자의 경험을 취재해 AI 도입이 해고와 임금 하락, 직무 재편으로 이어지는 현장을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AI 플러스’ 정책으로 산업 전반의 도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기업의 AI 활용률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새 기술이 충분한 일자리를 함께 만들지는 불확실하다는 내용이다.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40세 개발자 페이자오쥔이다. 상사가 “AI가 곧 사람의 코딩 일을 대신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지 2주 뒤, 그는 동료 약 160명과 함께 해고됐다. 그는 이전에는 AI가 개발 업무를 완벽히 수행하지 못한다고 봤지만, 회사는 완벽하지 않아도 비용을 줄일 만큼은 쓸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 보도는 ‘AI가 모든 직업을 없앤다’거나 ‘새 직업이 자동으로 더 많이 생긴다’는 두 극단을 모두 경계하게 한다. 어떤 사람은 일자리를 잃고, 어떤 사람은 AI를 훈련하는 단기 일을 얻으며, 다른 사람은 독립 창업에 AI를 활용한다. 같은 기술이 한 사람에게는 대체 압력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생산 도구가 된다. 중요한 질문은 AI가 인간보다 똑똑한지가 아니라, 기업이 어느 수준의 결과를 충분하다고 보고 사람 수와 임금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다.
개발자 160명이 한꺼번에 일을 잃은 이유
PBS가 전한 AP 현장 보도에 따르면 페이는 중간 수준 개발자의 업무가 많은 경우 대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AI가 항상 완벽한 코드를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한 명의 개발자가 AI를 이용해 이전보다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고, 기업이 일부 오류를 감수하면서도 인건비 절감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관점에서 ‘AI가 내 일을 100% 할 수 있나’만 묻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은 보통 업무 전체가 아니라 반복되는 일부 단계부터 자동화한다. 요구사항 초안 작성, 간단한 코드 생성, 오류 원인 찾기, 문서 정리 등을 AI에 맡기고 남은 직원이 결과를 확인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성이 올라가면 업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도 같은 양의 일을 더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게 된다.
페이의 사례가 중국 전체 개발자를 대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회사의 경영 상태, 사업 구조, 다른 비용 절감 요인이 공개되지 않았고, 해고가 전적으로 AI 때문이라고 독립적으로 확인된 것도 아니다. 다만 상사의 질문과 대규모 감원 사이의 짧은 간격, 당사자가 체감한 업무 변화는 기업이 AI를 인력 계획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현장 신호다.
페이는 현재 쉬면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짧은 영상을 만든다. 아직 영상으로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지만 다음 경로를 찾는 중이다. 여기서도 AI 시대의 현실이 드러난다. 해고된 사람이 곧바로 ‘AI 전문가’라는 안정된 새 직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활용한 창작이나 1인 사업을 시도해도 수익이 생길 때까지 공백을 버텨야 한다.
번역가는 AI를 가르치면서 임금 하락을 겪었다
청두에서 시간제로 번역하는 두친춘은 번역 AI를 훈련하는 일을 맡아 일감이 늘었다. 전문가가 AI의 번역 결과를 평가하고 고치는 작업은 모델을 개선하는 데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AI 때문에 새로운 수입이 생긴 사례다.
그러나 그는 업계 보수가 몇 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AI 훈련 일감이 생겼다는 사실과 기존 번역의 단가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문가의 지식이 AI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쓰이지만, 개선된 AI가 다시 시장의 번역 가격을 낮추는 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 대학에서도 외국어 전공의 인기가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난다고 AP는 전했다. 자동 번역이 널리 쓰이면서 학생과 부모가 전공의 장기적인 취업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 직무가 모두 같은 위험에 놓인 것은 아니다. 짧고 반복적인 문서, 상품 설명, 내부 참고 번역은 자동화하기 쉽지만 외교 협상, 문학 번역, 법률 문서처럼 맥락과 책임이 큰 일은 사람의 검토 가치가 높다.
문제는 고난도 업무만 남으면 초급자가 경험을 쌓을 사다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단순 번역을 하며 전문 분야의 표현과 고객 요구를 배웠다. AI가 입문 업무를 대부분 처리하면 회사는 숙련자만 필요로 하고, 새 인력이 숙련자가 될 기회는 줄어든다. 개발, 디자인, 회계 등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콘텐츠 제작은 양보다 ‘선택’이 중요해졌다
중국의 짧은 드라마 산업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AP 보도에 따르면 모바일용 실사 짧은 영상 시리즈 수는 올해 1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75% 감소했다는 중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생성형 AI가 아이디어 작성, 대본 제작, 영상 생산과 유통에 폭넓게 쓰이면서 사람 중심 제작 방식이 압박을 받고 있다.
아동용 3D 교육 영상 회사에서 대본을 쓰던 왕즈청은 AI를 아이디어 회의와 사실 확인에 사용했다. 모회사가 대본 작가 13명 가운데 약 절반을 줄인 뒤 그는 회사를 나와 그림책 등을 만드는 독립 스튜디오를 시작했다. AI가 시간을 아껴 주기는 했지만, 만들어 낸 대본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됐으며 지식 설명의 깊이가 들쭉날쭉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말처럼 AI는 워드프로세서와 같은 도구가 될 수 있다. 여러 선택지를 빠르게 만들되 무엇을 쓸지 정하는 사람의 판단은 남는다. 그러나 이 설명을 ‘그러니 일자리는 안전하다’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한 사람이 AI로 더 많은 초안을 만들면 회사는 작가 수를 줄일 수 있다. 판단의 중요성이 커지는 동시에 판단을 맡을 사람의 자리는 줄어드는 역설이 생긴다.
콘텐츠 소비자에게도 변화가 있다. 제작량은 늘어도 비슷한 줄거리와 표현이 반복될 수 있고, 사실 확인이 약한 교육 콘텐츠가 빠르게 유통될 수 있다. 기업이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는지, 사람이 최종 검토했는지, 오류를 고칠 연락 창구가 있는지가 품질 판단의 기준이 된다.
로봇은 배달과 물류의 ‘일부 단계’부터 들어온다
AI의 영향은 사무직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인간형 로봇이 우편 물류센터에서 소포를 분류하고, 교통을 안내하거나 커피를 만드는 시험을 하고 있다. 음식 배달 로봇도 늘고 있어 수백만 명의 배달 노동자에게 장기적인 압력이 될 수 있다고 AP는 전했다.
현재 이런 로봇이 모든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잡한 골목, 계단, 악천후, 예상하지 못한 보행자 움직임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기업은 먼저 구조가 단순한 창고나 특정 단지, 정해진 경로에 로봇을 배치한다. 그래서 변화는 어느 날 전국의 배달원이 사라지는 모습보다, 일부 구간은 로봇이 맡고 사람은 예외 상황과 고객 대응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노동 조건은 자동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남은 사람에게 더 복잡한 주문만 배정하거나, 로봇을 감독하는 책임을 추가하면서 보수는 그대로 둘 수 있다. 반대로 무거운 짐 운반과 위험한 야간 작업을 로봇이 맡으면 산업재해를 줄일 수도 있다. 기술 자체보다 도입 비용과 이익을 회사, 소비자, 노동자가 어떻게 나누는지가 결과를 결정한다.
중국 기업의 AI 도입은 얼마나 빠른가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I 모델과 ‘에이전트’를 사용한다고 답한 중국 산업 기업의 비율은 2024년 9.6%에서 지난해 47.5%로 뛰었다. 에이전트는 답변만 하는 챗봇을 넘어 일정한 목표를 받고 여러 단계를 이어서 처리하는 AI를 뜻한다. 조사 범위와 응답 방식에 따라 실제 사용 깊이는 다를 수 있지만, 단기간에 실험 단계에서 업무 적용 단계로 넘어가는 기업이 늘었다는 신호다.
중국 정부는 ‘AI 플러스’ 정책과 2030년까지의 5개년 계획을 통해 여러 산업에 AI를 퍼뜨리려 한다.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얻으려는 산업 정책이 기업 도입을 밀어주는 구조다. 옥스퍼드 중국정책연구소의 연구자는 정부가 경제 전반으로 AI를 확산시키려 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여러 분야에 더 빨리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도입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인구 감소로 부족해질 노동력을 보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산성이 오른 기업이 절감한 비용을 임금과 신규 채용으로 돌릴지는 별개의 문제다. 매출이 늘어도 소수 기술 인력과 자본 소유자에게 이익이 집중되면 전체 소비는 약해질 수 있다.
실업 통계만 보면 변화가 늦게 보이는 이유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약 5% 수준이지만, 학생을 제외한 16~24세 실업률은 그 약 세 배라고 AP는 전했다. 전체 수치만 보면 대규모 AI 실업이 확인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식 실업률에는 임금이 크게 줄어든 사람, 원하는 정규직을 구하지 못해 단기 일을 하는 사람, 구직을 포기한 사람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AI 도입의 초기 충격은 ‘실업자 수’보다 채용 공고 감소, 초급 일자리 축소, 프리랜서 단가 하락, 한 사람이 맡는 업무 증가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개발자가 해고 뒤 영상 제작을 시도하거나, 번역가가 AI 훈련 단기 일을 맡으면 통계상으로는 경제활동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여도 소득과 안정성은 달라진다.
코넬대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AI가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고용에는 심각한 혼란을 일으켜 중국의 취업 증가 문제와 사회 안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와 가계 자산 약화, 고용 불안에 따른 소비 위축을 이미 겪고 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해 지출을 줄이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다시 채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인구 감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빠르게 고령화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있다. 2050년에는 은퇴자 한 명을 부양하는 노동연령 성인이 두 명보다 적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동화가 단순히 사람을 밀어내는 기술이 아니라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돌봄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 기록 정리와 반복 행정을 AI가 맡으면 사람은 대면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제조 현장에서 위험한 검사를 로봇이 맡으면 고령 노동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교사 양정은 학생들이 숙제 중 막혔을 때 AI가 즉시 후속 질문을 받아 주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AI가 자주 틀리기 때문에 교사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국의 장기 결과는 ‘인구 감소’와 ‘청년 일자리 부족’이라는 상반된 문제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만나는지에 달렸다. 먼 미래에는 노동력이 부족해 자동화가 필요할 수 있지만, 지금 취업을 시작하는 청년에게는 입문 직무가 사라지는 충격이 먼저 올 수 있다. 장기 평균만으로 현재의 전환 비용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 직장인이 읽어야 할 신호
중국 사례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노동법, 기업 구조, 정부 정책, 인구 변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직무 변화가 진행되는 순서는 참고할 만하다.
첫째, 대체는 완전 자동화보다 인원 축소로 먼저 나타난다. AI가 업무의 6070%만 처리해도 회사는 남은 사람이 검토하도록 하고 채용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초급 업무가 먼저 줄면 경력 형성 경로가 끊긴다. 기업은 당장의 비용만이 아니라 35년 뒤 숙련 인력 부족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셋째, AI를 잘 쓰는 것만으로 고용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직원이 같은 도구를 쓰면 생산성 향상이 조직 전체의 인원 감축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직장인은 ‘프롬프트 기술’ 하나보다 자신의 판단을 증명할 기록을 쌓는 편이 낫다. 어떤 오류를 발견했고, 고객 요구를 어떻게 바꿔 해석했으며, AI 결과 가운데 무엇을 왜 버렸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AI 도입 전후의 생산성뿐 아니라 오류율, 고객 불만, 초급자 교육 기회, 남은 직원의 업무 강도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기관에는 더 큰 과제가 있다. 사라질 가능성이 큰 직무를 단순히 알려 주는 데서 끝나지 말고, 재교육 기간 동안 소득을 어떻게 지원할지, AI로 생긴 생산성 이익을 누가 얻는지, 입문자가 경험을 쌓을 대체 경로를 어떻게 만들지 설계해야 한다.
핵심 정리
8월 24일 보도가 보여 준 중국의 AI 고용 변화는 한 방향이 아니다. 개발자는 동료들과 해고됐고, 번역가는 AI 훈련 일감을 얻었지만 업계 단가는 절반 이상 낮아졌으며, 콘텐츠 작가는 AI를 도구로 쓰면서도 동료 감원을 목격했다. 교사는 AI가 학생의 즉각적인 질문을 돕는다고 봤고, 전문가들은 고령화된 중국에서 자동화가 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을 보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억할 사실은 AI가 직업 전체를 완벽히 대신하기 전에도 채용과 임금, 팀 규모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볼 지표도 단순한 실업률 하나가 아니다. 초급 채용 공고 수, 프리랜서 단가, AI 훈련 일자리의 지속 기간, 한 명이 맡는 업무량, 생산성 이익의 임금 반영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이 전환을 빠르게 진행하는 만큼, 다른 나라가 몇 년 뒤 겪을 문제를 먼저 보여 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