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영상, 15초까지 만들고 말로 고친다…Omni 1.2 Flash가 바꾸는 제작 방식
구글이 11월 5일(미국 현지시간) AI 영상 생성·편집 모델 ‘Gemini Omni 1.2 Flash’를 정식 공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영상 화질이 좋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영상 길이가 기존 10초에서 15초로 늘었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처음부터 다시 만들지 않고 “배경만 바꿔줘”, “제품 색상은 그대로 두고 조명을 밝게 해줘”처럼 대화를 이어가며 수정할 수 있게 됐다. 720p 영상 가격도 초당 0.07달러로 이전 모델보다 30% 낮아졌다.
이 소식은 영화 한 편을 통째로 AI가 만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소개 영상, 소셜미디어 광고, 짧은 설명 영상처럼 매일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실용 콘텐츠의 제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15초는 여전히 짧지만,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광고의 한 장면, 쇼핑몰 상세 페이지의 제품 회전 영상, 매장 홍보용 짧은 클립을 만들기에는 의미 있는 길이다.
무엇이 새로워졌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한 번에 생성하거나 편집할 수 있는 영상이 최대 15초로 늘었다. 기존 10초보다 5초 길어진 것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짧은 광고에서는 제품을 보여주고, 사용 장면을 넣고, 마지막 문구까지 배치할 여유가 생긴다.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일 때 발생하던 인물 얼굴이나 제품 모양의 불일치도 줄일 수 있다.
둘째, ‘대화형 편집’이 강화됐다. 지금까지 AI 영상 도구는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프롬프트를 고쳐 새 영상을 다시 뽑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새로 만들 때 바꾸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달라진다는 점이다. 가방 색만 바꾸고 싶은데 모델의 얼굴과 촬영 장소가 함께 바뀌거나, 배경만 수정하려 했는데 제품 로고가 흐려지는 일이 잦았다. Omni 1.2 Flash는 같은 영상을 놓고 여러 차례 수정 요청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구글은 제품, 등장인물, 스타일 같은 참조 요소를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셋째, 제작 비용이 낮아졌다. 구글 공식 발표에 따르면 720p 영상은 초당 0.07달러다. 15초 분량을 한 번 생성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1.05달러다. 다만 실제 제작비는 이보다 커질 수 있다. 결과를 여러 번 생성해 고르는 비용, 고해상도 변환 비용, 입력 자료 처리 비용 등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5초 광고 한 편이 무조건 1달러’라고 이해하기보다, 기본 생성 단가가 이전보다 낮아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일반 사용자가 체감할 변화
AI 영상 생성은 그동안 흥미로운 시연은 많았지만, 일상적인 제작 도구로 쓰기에는 마찰이 컸다. 한 장면이 멋지게 나와도 다음 장면에서 인물이 달라지거나, 제품 포장의 글자가 무너지거나, 작은 수정 때문에 전체를 다시 생성해야 했다. 이번 업데이트가 겨냥한 부분은 바로 이 반복 작업이다.
예를 들어 작은 카페가 겨울 신메뉴를 홍보한다고 생각해 보자. 기존에는 컵 사진을 넣고 “눈 오는 창가에 놓인 따뜻한 음료” 영상을 만든 뒤, 결과가 어두우면 다시 생성해야 했다. 다시 만든 영상에서는 컵의 무늬나 로고가 달라질 수 있었다. 대화형 편집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첫 결과를 유지한 채 “창밖 눈은 그대로 두고 실내만 조금 밝게”, “마지막 3초에 컵을 더 가까이 보여줘”처럼 조정할 수 있다. 전문 편집자를 완전히 대신하지 않더라도 초안을 만드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온라인 판매자에게도 비슷하다. 정지 사진만 있던 상품을 회전시키거나, 실제 사용 장면에 배치하거나, 같은 제품을 여러 배경에서 보여주는 일이 쉬워진다. 구글은 상품 소개, 가상 착용, 광고, 캐릭터와 장면 교체 등을 주요 활용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기업이 제시한 사례는 통제된 환경의 결과일 수 있다. 복잡한 손동작, 작은 글자, 정확한 제품 치수처럼 오류가 치명적인 요소는 실제 사용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상 길이보다 중요한 ‘고쳐 쓰기’
이번 발표에서 15초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AI 영상이 ‘한 번 뽑고 버리는 결과물’에서 ‘수정 가능한 작업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서 작업에서는 초안을 만든 뒤 문장을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 사진 편집도 특정 영역만 지우거나 색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AI 영상은 장면 전체가 서로 연결돼 있어 부분 수정이 훨씬 어렵다.
대화형 편집이 안정되면 사용자는 영상 제작의 모든 단계를 전문 용어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카메라 각도는 유지하고 인물의 옷만 바꿔줘”처럼 결과를 보면서 자연어로 수정 방향을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영상 제작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특히 중요하다. 타임라인, 키프레임, 마스킹 같은 편집 용어를 몰라도 원하는 변화부터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영상 편집 도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색상을 정확히 맞추거나, 자막이 프레임마다 흔들리지 않게 하거나, 음악 저작권과 음량을 관리하는 일에는 여전히 사람이 쓰는 편집 도구가 필요하다. AI는 초안과 변형을 빠르게 만들고, 전통적인 편집기는 최종 품질을 통제하는 역할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어디서 쓸 수 있나
구글은 Omni 1.2 Flash를 Gemini API와 Google Cloud에서 일반 제공한다고 밝혔다. 기업 사용자는 Google Vids에서도 활용할 수 있고, ‘Gemini for business’에도 제공될 예정이다. 여기서 ‘일반 제공’은 시험용 미리보기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뜻이다. 다만 모든 일반 소비자가 무료로 Gemini 앱을 열어 같은 기능을 즉시 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접근 경로와 요금은 사용 제품에 따라 다르다. 개발사가 자사 앱에 넣는 방식, 기업용 도구에서 쓰는 방식, 구글의 영상 제작 화면에서 쓰는 방식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오디오 참조 기능처럼 별도 승인이 필요한 기능도 있다. 따라서 개인 사용자는 자신이 쓰는 구글 계정과 요금제에서 기능이 보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상도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구글은 360p 또는 720p로 빠르게 초안을 만든 뒤 마음에 드는 결과를 1080p나 4K로 높이는 흐름을 제안한다. 이는 처음부터 모든 후보를 고해상도로 만들지 않고, 저렴한 초안 중 좋은 결과를 골라 비용을 줄이려는 방식이다. 발표에 나온 초당 0.07달러는 720p 기준이므로 고해상도 결과의 실제 비용과 동일하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
창작자와 마케팅 팀에는 무엇이 달라지나
소규모 창작자에게 가장 큰 장점은 ‘시도 비용’이 낮아지는 것이다. 촬영 장비와 장소를 마련하기 전에 여러 아이디어를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류 브랜드라면 같은 옷을 여러 분위기의 장면에 넣어보고, 유튜브 제작자라면 오프닝 후보를 여러 버전으로 만들 수 있다. 완성품뿐 아니라 스토리보드와 기획 검토에도 쓸 수 있다.
마케팅 팀에서는 한 개의 대표 영상을 여러 채널에 맞게 바꾸는 작업이 쉬워질 수 있다. 가로형 광고를 세로형으로 재구성하고, 배경이나 계절감을 바꾸고, 지역별 캠페인에 맞는 장면을 만드는 식이다. 다만 AI가 만든 결과를 그대로 공개하기보다 브랜드 담당자가 로고, 상품 형태, 표현의 정확성을 검수해야 한다. 실제 상품과 다른 모습이 나오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
영상 제작자에게는 경쟁과 기회가 동시에 생긴다. 단순 변형 작업의 단가는 내려갈 수 있지만, 어떤 장면을 만들지 결정하고 여러 결과를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능력은 더 중요해진다. AI가 15초짜리 장면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좋은 광고가 자동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제품의 핵심을 잡고, 장면 순서를 설계하고, 잘못 생성된 부분을 찾아내는 편집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꼭 확인해야 할 한계
첫째, 구글이 말하는 ‘일관성 향상’은 오류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얼굴, 손, 글자, 반사, 물리 움직임은 생성 영상에서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의료, 금융, 안전 교육처럼 작은 오류가 큰 오해를 낳는 영상에는 더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참조 이미지와 영상의 권리를 확인해야 한다. 유명인의 얼굴, 타인의 작품, 경쟁사의 광고를 넣어 비슷한 결과를 만들면 초상권이나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도구가 기술적으로 생성해 준다는 사실이 사용 권리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셋째, 비용은 성공한 한 번의 생성만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 실제 작업에서는 여러 후보를 만들고 수정한다. 1회 단가는 낮아져도 생성 횟수가 늘면 총비용이 커질 수 있다. 기업은 결과 한 편당 평균 몇 번 생성하는지까지 기록해야 현실적인 비용을 알 수 있다.
넷째, AI 영상임을 알리는 표시도 중요하다. 구글은 생성 결과에 사람이 눈으로 보기 어려운 SynthID 워터마크를 넣는다고 밝혔다. 이는 출처 추적에 도움이 되지만, 모든 플랫폼과 시청자가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표시와는 다르다. 광고나 정보성 콘텐츠에서는 공개 방식과 지역별 규정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볼 변화
이번 발표로 확인되는 방향은 분명하다. AI 영상 경쟁의 기준이 “가장 놀라운 한 장면”에서 “더 싸고, 더 길고, 더 쉽게 수정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일반 사용자에게 중요한 것도 최고 성능 벤치마크보다 실패했을 때 얼마나 간단히 고칠 수 있는지, 실제 서비스에서 얼마에 쓸 수 있는지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다. 첫째, 대화형 편집이 복잡한 실제 영상에서도 제품과 인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가. 둘째, Google Vids와 Gemini 제품에 기능이 얼마나 넓게 배포되고 개인 사용자가 어떤 요금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다. 15초라는 숫자 자체보다, 짧은 영상을 여러 번 고쳐 완성하는 과정이 정말 쉬워지는지가 이번 업데이트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