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뉴스를 요약하면 저작권 침해일까…EU 첫 판단이 검색과 언론에 미칠 영향
유럽연합 최고법원의 법률 자문관이 2026년 11월 3일, AI 챗봇이 인터넷의 최신 기사를 실시간으로 찾아 답변에 재사용하면 일정한 경우 언론사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건은 헝가리의 온라인 언론사 라이크 컴퍼니가 구글 제미나이를 상대로 제기한 분쟁에서 시작됐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JEU)에 올라온 첫 생성형 AI 사건이라는 점에서, 최종 판결은 AI 검색과 뉴스 요약 서비스가 원문을 어디까지 보여 줄 수 있는지에 큰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번 의견은 AI가 기사에서 ‘사실’을 설명하는 것과, 기자가 쓴 표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다시 보여 주는 것을 구분한다. 챗봇 답변만 읽고도 사용자가 원문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질 만큼 기사의 표현과 구성을 반복한다면 언론사의 온라인 이용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반대로 공개된 사실을 자기 문장으로 짧게 설명하는 것까지 자동으로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주의점이 있다. 이번 문서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아니라 법무관(Advocate General)의 비구속적 의견이다. 재판부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최종 판단은 나중에 나온다. 따라서 “EU가 모든 AI 뉴스 요약을 불법으로 판결했다”는 해석은 틀리다.
- 의견 발표일: 2026년 11월 3일
- 사건: C-250/25, Like Company 대 Google Ireland
- 쟁점: 제미나이가 온라인 기사를 실시간으로 찾아 요약·재사용한 행위가 언론사의 권리를 침해하는가
- 현재 상태: 법무관의 의견, 최종 판결 아님
- 핵심 기준: 접근 방법, 원문의 보호되는 표현이 답변에 얼마나 남았는지, 답변이 원문 방문을 대신하는지, 서비스 제공자가 예방 조치를 했는지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나
라이크 컴퍼니는 헝가리에서 여러 온라인 매체를 운영하며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회사는 구글의 챗봇 바드와 이후 제미나이가 자사 기사를 허락과 대가 없이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기간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다. 헝가리 법원은 유럽연합 저작권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CJEU에 질문했다.
사건에서 언급된 사례 중 하나는 헝가리의 한 가수가 발라톤호에 민물 돌고래를 데려오려 한다는 기사였다. 사용자가 제미나이에 해당 기사를 요약해 달라고 요청하자, 챗봇은 기사의 기본 내용을 설명하면서 원문에 없던 것으로 보이는 세부사항까지 덧붙였다. 법원은 이런 답변이 언론사의 출판물을 복제하거나 대중에게 다시 제공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는 두 종류의 이용이 섞여 있다. 하나는 AI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글을 읽고 학습하는 ‘훈련’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질문한 순간 웹에서 최신 기사를 찾아 답을 만드는 ‘실시간 검색’이다. 법무관은 이번 사건에서 실제로 해당 기사가 모델 훈련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므로 훈련 관련 질문은 가정적이라고 봤다. 대신 실시간 검색과 답변에 초점을 맞췄다.
AI가 웹을 실시간으로 찾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챗봇은 학습 당시 기억만으로는 오늘의 뉴스나 방금 바뀐 가격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서비스가 사용자의 질문을 받으면 검색 엔진이나 연결된 자료에서 관련 문서를 찾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답을 만든다. 이를 ‘검색 증강 생성’, 영어 약자로 RAG라고 부른다. 어려운 말처럼 보이지만 “먼저 자료를 찾아 읽고, 그 자료를 참고해 답한다”는 뜻이다.
이 방식은 답의 최신성을 높이고 출처 링크를 붙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기사 전체를 기계가 가져와 분석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사용자에게 보여 주는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 사용자가 원문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필요한 내용을 모두 얻는다면 언론사는 방문자와 광고 수익을 잃을 수 있다.
법무관 의견은 RAG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기사에 접근했고, 답변이 무엇을 재사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라고 한다. 로그인이나 유료 구독, 기술적인 차단 장치를 우회했다면 침해 판단에 불리하다. 공개 웹페이지를 읽었다고 해서 모든 재사용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사실을 말하는 것과 표현을 복제하는 것은 다르다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사실이나 아이디어 그 자체보다 창작적인 표현을 보호한다. “어느 회사가 새 제품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여러 사람이 보도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특정한 순서와 문장, 비유, 분석으로 구성한 기사는 보호될 수 있다.
AI 답변도 같은 구분이 필요하다. 여러 출처를 비교해 사건의 날짜와 핵심 사실을 새로운 문장으로 설명하고 원문 링크를 제공하는 것과, 한 기사의 문장과 전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길게 되풀이하는 것은 다르다. 법무관은 보호되는 표현이 답변에 인식 가능한 형태로 남고, 사용자가 원문을 볼 필요가 없어질 정도라면 언론사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봤다.
짧은 인용과 링크는 언론 생태계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유럽연합의 언론출판물 권리에도 개별 단어와 매우 짧은 발췌에 대한 예외가 있다. 그러나 AI가 질문마다 조금씩 다른 요약을 만들고, 같은 매체의 여러 기사를 계속 대신 읽어 주면 한 번의 짧은 인용과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 법무관은 체계적인 재사용이 원문을 대체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사가 무료로 열려 있으면 동의한 것인가
이번 의견에서 일반 이용자와 웹사이트 운영자가 주목할 부분은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사실만으로 AI 챗봇의 재사용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사가 무료로 열려 있는 것은 사람이 읽고 링크를 공유할 수 있다는 뜻이지, 다른 서비스가 내용을 가져가 자체 답변으로 제공해도 된다는 포괄적 허락과 같지 않다는 취지다.
그렇다고 모든 공개 페이지 이용이 침해라는 뜻도 아니다. 검색 엔진은 웹페이지의 제목과 짧은 설명을 보여 주며 원문으로 방문자를 보낸다. 인용과 비평, 정보 탐색에는 여러 예외와 허용 범위가 있다. 핵심은 AI 답변이 출처를 발견하게 하는 길인지, 아니면 출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대체물인지다.
웹사이트가 robots.txt나 별도의 AI 학습 거부 신호를 설정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기술 신호의 법적 효력과 적용 범위는 국가와 이용 형태에 따라 다르다. 법무관 의견은 유료벽이나 스크래핑 방지 장치 같은 효과적인 제한을 우회했는지를 중요한 요소로 제시했다. 단순히 접근 가능했다는 사실만으로 허락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AI 모델 훈련은 어떻게 봤나
법무관은 라이크 컴퍼니의 기사가 실제 제미나이 훈련 자료에 포함됐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에 관한 질문은 이번 사건에서 답할 필요가 없다고 제안했다. 이는 AI 훈련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이 없는 상태에서 넓은 원칙을 정하지 말자는 절차적 판단이다.
그럼에도 참고 의견으로, 합법적으로 접근한 저작물을 대규모로 분석하는 행위는 유럽연합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에 따라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리자가 적절한 방식으로 이용을 거부한 경우 등에는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개발자는 모델이 학습 자료와 너무 비슷한 결과를 내놓지 않도록 효과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도 담겼다.
따라서 이번 의견을 “AI 학습은 모두 합법” 또는 “모두 불법”으로 요약하면 안 된다. 훈련 자료에 합법적으로 접근했는지, 권리자의 거부 표시가 있었는지, 결과가 원문을 재현하는지, 어떤 권리가 문제 되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이번 사건의 중심은 훈련보다 실시간 기사 검색과 답변이다.
구글과 다른 AI 검색 서비스에 미칠 영향
최종 재판부가 이 의견을 따른다면 AI 검색 서비스는 단순히 출처 링크를 붙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답변이 특정 기사의 표현을 얼마나 가져왔는지, 같은 출처를 반복해 대체하는지, 원문 방문을 유도하는지까지 관리해야 한다. 언론사의 기술적 제한을 존중하고, 긴 요약 요청에 대한 답변 길이를 조절하며, 출처별 라이선스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도 쟁점이다. 사용자가 “이 기사 전체를 요약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항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문 재사용이 서비스의 사업 모델에 내재돼 있거나, 반복적인 침해를 알면서도 효과적인 방지 장치를 두지 않았다면 제공자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법무관의 방향이다.
이 기준은 구글 제미나이뿐 아니라 웹에서 최신 정보를 찾아 답하는 모든 챗봇과 AI 검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CJEU 판결은 유럽연합 법 해석에 관한 것이며, 한국이나 미국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각 나라의 저작권법과 언론사 권리, 공정 이용 규칙이 다르다.
언론사에는 기회인가, 또 다른 부담인가
언론사 입장에서는 AI가 기사를 대체하면 방문자와 구독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반대로 챗봇이 정확한 출처 링크와 짧은 설명을 제공하면 새로운 독자를 보낼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많은 AI 답변이 얼마나 많은 방문을 보내고 얼마나 많은 내용을 대신 소비하게 하는지 투명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종 판결이 언론사 권리를 넓게 인정하면 AI 기업과 언론사 사이의 라이선스 계약이 늘어날 수 있다. 큰 언론사는 협상력을 얻을 수 있지만, 작은 매체는 개별 계약을 관리하기 어렵고 AI 검색에서 아예 제외될 위험도 있다. 이용자는 최신 정보가 줄거나, 특정 제휴 매체의 기사만 더 자주 보게 될 수 있다.
또한 언론사가 모든 요약을 막는 것이 항상 이익은 아니다. 검색 노출이 줄면 신규 독자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허용 또는 차단”만이 아니라 제목과 짧은 발췌는 허용하고 긴 대체 요약은 제한하는 세밀한 정책이 필요하다. AI 기업도 이용량과 방문 전환, 인용 범위를 언론사에 더 투명하게 제공해야 협상이 가능하다.
일반 이용자에게 무엇이 달라질 수 있나
당장 오늘 제미나이나 다른 챗봇의 뉴스 요약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판결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법원이 비슷한 방향을 채택하면 유럽 이용자는 일부 기사에 대해 더 짧은 답변과 더 많은 원문 링크, 유료 구독 안내를 보게 될 수 있다. 특정 질문에는 챗봇이 저작권 때문에 상세 요약을 제공할 수 없다고 답할 가능성도 있다.
이것이 무조건 불편함만 뜻하지는 않는다. AI가 여러 기사를 한 문장처럼 섞어 출처를 흐리는 문제를 줄이고, 이용자가 원문과 기자의 맥락을 확인하도록 만들 수 있다. 특히 선거, 재난, 건강, 금융처럼 작은 생략이 큰 오해를 만드는 뉴스에서는 원문 확인이 중요하다.
이용자는 AI 요약을 출발점으로 쓰되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요약은 기사 전체가 아니며, AI가 서로 다른 출처를 섞거나 원문에 없는 세부사항을 덧붙일 수 있다. 날짜와 인용, 수치가 중요한 경우 링크를 열어 확인하고, 한 매체의 해석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 편이 좋다.
한국 언론과 포털에도 왜 중요한가
CJEU의 최종 판결은 한국 법원에 직접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적인 AI 기업이 유럽 기준에 맞춰 제품을 바꾸면 같은 기술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언론사와 포털, AI 검색 기업이 기사 사용료와 링크, 요약 길이를 협상할 때 중요한 해외 사례가 된다.
한국에서는 뉴스가 포털 안에서 소비되는 구조와 언론사 수익 배분 문제가 오래 논쟁돼 왔다. AI가 검색 결과를 넘어 기사 내용을 직접 답변으로 제공하면 “링크를 보여 주는 중개”와 “콘텐츠를 대신 제공하는 서비스”의 경계가 더 흐려진다. 작은 지역 매체와 전문 매체는 취재 비용을 들이고도 AI 답변에서 출처 이름만 짧게 표시될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강한 제한은 사실 확인과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시각장애인이나 외국어 이용자에게 요약과 번역은 중요한 접근 도구다. 공익적 정보와 상업적 대체 서비스를 구분하고, 원문 방문과 보상을 함께 설계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
법무관 의견은 재판부를 구속하지 않는다. 최종 판결은 일부 논리를 따르거나 다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이후에도 헝가리 법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해야 한다. 제미나이 답변이 실제로 어떤 표현을 얼마나 재사용했는지, 기술적 제한을 우회했는지, 구글이 어떤 예방 조치를 두었는지는 국내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된다.
또한 언론사의 권리는 게시 후 일정 기간과 특정 온라인 이용에 적용되며, 모든 글과 모든 문장을 똑같이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짧은 발췌, 개별 단어, 공개 사실, 이용자의 개인적 사용에는 별도의 기준이 있다. 이번 의견 하나로 AI와 저작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앞으로 볼 변화
이번 사건에서 기억할 핵심은 “AI가 뉴스를 말하면 불법”이 아니다. AI가 최신 기사를 가져와 답할 때 사실만 새롭게 설명하는지, 원문의 보호되는 표현을 알아볼 수 있게 재사용하는지, 답변이 원문 방문을 사실상 대신하는지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개된 기사라는 이유만으로 포괄적인 동의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하다.
다음 확인 시점은 CJEU 재판부의 최종 판결이다. 판결이 법무관 의견을 따르면 AI 기업은 답변 길이와 출처 표시, 기술적 차단 존중, 언론사 라이선스를 더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용자에게는 요약이 조금 짧아질 수 있지만, 뉴스 생산자에게 보상이 돌아가고 원문 확인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AI 검색 시대의 핵심 질문은 답이 얼마나 편리한가만이 아니라, 그 답을 만들기 위해 취재한 사람과 매체가 지속될 수 있는가다.
핵심 출처
- 유럽연합 사법재판소 보도자료 155/26, Case C-250/25 Like Company, 2026년 11월 3일: https://curia.europa.eu/site/jcms/p1_1000088855
- IPWatchdog, ‘CJEU Advocate General Outlines Copyright Limits for AI News Summaries’, 2026년 11월 4일: https://ipwatchdog.com/2026/11/04/cjeu-advocate-general-outlines-copyright-limits-for-ai-news-summa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