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출판사, 앤트로픽·수노에 10억 달러 소송…AI 학습 저작권의 쟁점
미국의 독립 음악출판사 라운드힐뮤직이 2026년 8월 17일 AI 기업 앤트로픽과 AI 음악 서비스 수노를 상대로 각각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라운드힐은 두 회사가 허락 없이 자사가 관리하는 수백 곡을 AI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우선 적시한 작품은 500곡이지만, 향후 1만 곡 이상으로 늘릴 수 있으며 잠재적 손해배상 청구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상 목록에는 구구돌스의 ‘Iris’, 보니 타일러의 ‘Total Eclipse of the Heart’, 킹크스의 ‘Lola’, 디오의 ‘Holy Diver’ 등 잘 알려진 노래가 포함됐다.
중요한 전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법원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이 아니라 원고가 제기한 주장이다. 앤트로픽과 수노가 소송 제기 직후 보도 요청에 즉시 답하지 않았다고 전해졌으며, 앞으로 두 회사의 반론과 법원의 판단이 이어져야 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10억 달러도 확정 배상액이 아니라 원고가 작품 수 확대와 법정손해배상 가능성을 근거로 제시한 잠재적 규모다.
그럼에도 이번 소송은 일반 음악 이용자와 AI 사용자에게 중요한 사건이다. 같은 음악출판사가 ‘가사를 다루는 대화형 AI’와 ‘새 음악을 만드는 AI’를 동시에 겨냥했기 때문이다. AI 학습 분쟁이 특정 서비스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가사·악보·녹음물처럼 음악을 구성하는 여러 권리와 다양한 생성형 AI 제품을 가로지르는 문제라는 점이 선명해졌다.
무엇을 두고 다투나
라운드힐은 앤트로픽과 수노가 자사가 관리하는 음악저작물을 모델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음악저작물은 노래 한 곡을 둘러싼 모든 권리를 한꺼번에 뜻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작사·작곡에 관한 권리와 특정 가수가 연주해 만든 음원 녹음에 관한 권리는 구분된다. 음악출판사는 주로 작사·작곡 저작권을 관리하며, 레코드 회사는 녹음물의 권리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앤트로픽에 대한 기존 음악계 소송은 클로드가 가사를 다루는 방식과 학습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수노는 텍스트 지시로 완성된 노래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학습 데이터뿐 아니라 출력물이 기존 곡과 얼마나 닮는지도 논쟁이 되기 쉽다. 라운드힐은 두 회사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면서도 “상업적 AI 사업을 만들기 위해 권리자의 작품을 대가 없이 사용했다”는 공통 논리를 폈다.
원고 측은 처음에는 500곡의 침해 목록을 제시했지만 향후 수천 곡을 더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곧바로 실제 침해 곡 수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소송 과정에서는 원고가 각 작품의 권리를 보유하거나 관리하는지, 피고가 해당 작품을 실제로 복제·사용했는지, 사용이 저작권법상 허용되는지, 손해가 어떻게 계산되는지를 작품별 또는 대표 사례별로 다투게 된다.
왜 같은 날 두 AI 회사를 겨냥했나
AI와 음악의 충돌은 입력과 출력 두 단계에서 일어난다. 입력 단계의 질문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저작물을 복사하고 분석해도 되는가”다. 출력 단계의 질문은 “사용자가 요청했을 때 모델이 기존 가사나 멜로디를 너무 비슷하게 재현하는가”다. 두 단계는 연결돼 있지만 법적으로 같은 문제는 아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음악 생성 서비스가 아니다. 그러나 대화 중 가사를 인용하거나 설명할 수 있고, 모델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가사 데이터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수노는 노래 자체를 생성하므로 음악출판사와 음반회사가 느끼는 시장 대체 위험이 더 직접적이다. 라운드힐이 두 회사를 동시에 겨냥한 것은 “제품 형태가 달라도 허락 없는 학습이라는 뿌리는 같다”는 주장을 강조하려는 선택으로 읽힌다.
음악 권리자 입장에서는 개별 회사와 따로 협상하는 것보다 여러 종류의 AI 서비스에 일관된 라이선스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AI 회사는 학습을 위해 저작물을 분석하는 행위와 소비자에게 원문을 제공하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법원이 이 구분을 어디까지 받아들이느냐가 핵심 쟁점이 된다.
‘공정 이용’이 자동 면허는 아니다
미국 AI 저작권 소송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공정 이용이다. 비평, 연구, 검색처럼 공익적이고 변형적인 목적을 위해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법리다. 하지만 AI 학습이면 언제나 공정 이용이 되는 것도, 상업 서비스이면 언제나 침해가 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사용 목적과 성격, 원저작물의 성격, 사용한 양, 원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본다.
AI 회사는 모델이 개별 곡을 저장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자료에서 언어·음악의 패턴을 배운다고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표현을 만드는 변형적 사용이며, 원문을 그대로 제공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권리자는 상업적 모델을 만들기 위해 전체 작품을 복제했고, 라이선스 시장을 우회했으며, 생성물이 기존 음악 시장과 경쟁한다고 반박할 수 있다.
음악은 소설이나 뉴스 기사와 다른 특성도 있다. 몇 줄의 가사나 짧은 멜로디가 작품의 핵심일 수 있다. 전체 노래에서 차지하는 양이 작더라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재현하면 중요성이 커진다. 반대로 일반적인 화음 진행이나 장르 문법처럼 저작권이 독점하기 어려운 요소도 많다. 법원은 “비슷하게 들린다”는 인상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보호되는 표현이 실제로 복제됐는지 살펴야 한다.
10억 달러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미국 저작권법은 일정 조건에서 실제 손해를 입증하는 대신 작품당 법정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고의 침해가 인정되는지, 저작권 등록 시점이 요건을 충족하는지, 한 곡을 둘러싼 여러 권리를 어떻게 세는지에 따라 계산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라운드힐은 500곡에서 시작해 1만 곡 이상으로 목록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를 토대로 잠재적 규모가 1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숫자는 세 가지 이유로 확정액이 아니다. 첫째, 실제 소송 대상 작품 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둘째, 모든 작품에서 침해와 고의성이 같은 방식으로 인정된다는 보장이 없다. 셋째, 소송이 판결 전에 합의로 끝날 수 있다. AI 저작권 분쟁에서는 현금 배상뿐 아니라 향후 라이선스 계약, 데이터 사용 조건, 출력 제한, 수익 배분이 합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앤트로픽과 수노가 10억 달러를 내야 한다”는 식의 표현은 현 단계에서 틀리다. 더 정확한 설명은 라운드힐이 작품 목록을 대폭 확대할 경우 잠재적 청구 규모가 그 수준을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거액은 소송의 압박 수단이자 라이선스 협상력을 높이는 숫자이기도 하다.
이미 진행 중인 음악계 소송과 무엇이 다른가
라운드힐 사건은 처음 나온 AI 음악 저작권 소송이 아니다. 주요 음반사들은 수노를 상대로 녹음물을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해 왔다. 워너뮤직은 이후 수노와 합의했지만,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소니뮤직그룹 관련 분쟁은 음악 생성 AI를 둘러싼 대표 사건으로 남아 있다. 앤트로픽도 유니버설뮤직퍼블리싱, 콩코드, ABKCO, BMG 등과 가사 사용을 둘러싼 소송을 겪고 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독립 음악출판사가 두 제품군을 나란히 문제 삼았다는 점이다. 대형 음반사만의 대응이 아니라 다양한 카탈로그 보유자가 직접 소송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라운드힐의 목록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잘 알려진 곡이 포함돼 있어, 오래된 카탈로그도 AI 학습 시장에서 새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주장을 강화한다.
소송이 늘어난다고 해서 권리자들이 모두 AI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다. 음악 업계는 동시에 라이선스 협상도 진행한다. 어떤 회사는 소송으로 과거 사용의 책임을 묻고,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허가된 데이터와 수익 배분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워너뮤직과 수노의 합의 사례처럼 분쟁이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은 ‘AI 음악을 없애는 것’보다 누가 어떤 권리를 허락하고, 대가를 어떻게 나누며, 창작자에게 어떻게 표시할지를 정하는 일일 수 있다.
음악을 듣고 만드는 사람에게 무엇이 달라지나
일반 이용자에게 즉각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모든 AI 음악이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송은 특정 작품과 학습 방식, 출력 행동을 다룬다. 판결이나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서비스 이용 조건이 그대로 유지될 수도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네 가지 변화가 가능하다.
첫째, AI 음악 서비스의 가격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음악 카탈로그 라이선스 비용과 권리자 수익 배분이 들어가면 무료 생성량이나 유료 요금제가 조정될 수 있다. 둘째, 특정 가수·곡·가사를 직접 지목하는 요청이 더 엄격하게 제한될 수 있다. 셋째, 생성물에 사용된 라이선스 범위와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이 늘 수 있다. 넷째,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AI 학습에 허용하거나 거부하고 보상을 받는 선택지가 상품화될 수 있다.
AI로 만든 노래를 영상이나 광고에 쓰는 창작자는 “서비스가 만들어 줬으니 저작권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 이용약관이 상업적 사용을 허용하는지, 특정 아티스트를 모방하도록 지시했는지, 출력물에 기존 가사나 멜로디가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권리를 준다는 조항과 제3자의 권리 침해 위험까지 보증한다는 조항은 다를 수 있다.
반대로 단순한 장르 지시까지 모두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록 분위기”처럼 일반적 스타일을 요청하는 것과 살아 있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대표곡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위험의 정도가 다르다. 저작권, 퍼블리시티권, 상표, 부정경쟁 등 서로 다른 법적 문제가 겹칠 수 있다.
작곡가와 음악출판사에는 어떤 의미인가
작곡가와 작사가에게 이번 소송은 과거 카탈로그가 AI 학습 시장에서 어떻게 가격이 매겨질지와 연결된다. 스트리밍에서는 곡이 재생될 때마다 정해진 구조로 사용료가 분배된다. AI 학습은 한 번의 데이터 사용이 수많은 미래 출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존의 재생 횟수 방식으로 값을 매기기 어렵다.
가능한 계약 방식은 여러 가지다. 학습 데이터에 들어갈 때 일회성 금액을 지급하거나, 모델 매출의 일부를 공동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생성물이 특정 작품과 의미 있게 연결될 때 추가 보상할 수 있다. 카탈로그 전체를 묶어 허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어떤 방식이든 창작자에게 실제로 얼마가 돌아가는지, 출판사와 음반사, 플랫폼이 각각 얼마를 가져가는지 투명성이 필요하다.
또한 대표성이 문제다. 대형 카탈로그 소유자는 협상력이 크지만 독립 작곡가와 소규모 출판사는 개별 계약을 맺기 어렵다. 집단 라이선스나 표준 계약이 없다면 소송할 자원이 있는 권리자만 보상받을 수 있다. 라운드힐 사건의 결과는 독립 음악출판사의 협상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AI 회사가 감수해야 할 변화
소송이 반복될수록 “학습 데이터는 영업비밀”이라는 설명만으로 위험을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AI 회사는 데이터의 출처와 권리 상태를 기록하고, 특정 카탈로그를 제거해야 할 때 실제로 반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모델이 가사나 멜로디를 그대로 재현하는지 정기적으로 시험하고, 권리자의 신고를 처리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허가된 데이터만 쓰는 것은 비용이 들지만 제품 차별점이 될 수도 있다. 기업 고객과 광고주는 법적 불확실성이 낮은 음악을 선호한다. 생성물의 상업적 이용을 보장하려면 학습 자료와 출력 필터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더 그럴듯한 노래를 만드는 모델”뿐 아니라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서비스”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앤트로픽처럼 음악 전용 서비스가 아닌 회사에도 같은 압력이 간다. 대화형 AI가 가사를 요청받았을 때 어느 범위까지 인용하고, 요약과 원문 제공을 어떻게 구분하며, 반복적인 우회 요청을 어떻게 막는지가 중요하다. 안전 정책이 문서에만 있고 실제 출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소송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제시될 수 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점
현재 단계에서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내용도 많다.
- 라운드힐이 제시한 500곡 각각이 실제 학습 데이터에 포함됐는지는 소송 과정에서 다퉈야 한다.
- 작품 목록이 실제로 1만 곡 이상으로 확대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 10억 달러는 판결액이 아니라 원고가 제시한 잠재적 청구 규모다.
- 앤트로픽과 수노의 구체적인 법적 반론은 소송 제기 직후 보도 시점에 확인되지 않았다.
- 법원이 AI 학습을 공정 이용으로 볼지, 개별 출력과 학습 복제를 나눠 판단할지 알 수 없다.
- 판결 전에 라이선스 계약이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볼 문서는 피고 측 답변서와 법원의 초기 판단이다. 어떤 데이터가 실제 사용됐는지에 대한 자료 제출 범위, 공정 이용 항변, 원고의 권리 보유 증명이 쟁점을 좁힐 것이다. 서비스 약관이나 출력 제한이 바뀌는지도 이용자에게는 실질적인 신호다.
이번 소송이 중요한 이유
라운드힐의 두 소송은 AI 저작권 논쟁을 “AI가 예술가의 일자리를 빼앗는가”라는 추상적 질문에서 구체적인 계약 문제로 끌어내린다. 어떤 곡이 학습에 쓰였는지, 누가 그 권리를 갖는지, 허락이 필요하다면 얼마를 지불할지, 모델이 원작을 재현하지 않도록 어떻게 시험할지를 묻게 한다.
독자가 기억할 결론은 간단하다. 앤트로픽과 수노가 10억 달러 배상을 확정받은 사건이 아니다. 라운드힐이 최대 1만 곡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무단 학습을 주장하며 제기한 초기 소송이다. 하지만 이 소송이 판결이나 합의로 구체적인 라이선스 기준을 만들면, AI 음악의 가격과 사용 조건, 창작자 보상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다음 분기점은 두 회사의 공식 답변과 법원이 학습 데이터 공개·증거 조사를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