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딥시크를 연방기관서 퇴출한다…제3자 AI 서비스까지 막는 이유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2026년 10월 19일 연방 민간기관의 정보기술 시스템에서 중국 AI 기업 딥시크의 제품을 제거하도록 명령했다. 금지 범위는 딥시크가 직접 제공하는 앱과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딥시크 모델을 안에 넣은 제3자 제품과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앞으로 해당 기관이 딥시크 제품이나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새로 사는 것도 제한된다.
이 소식은 “미국에서 딥시크를 아예 못 쓰게 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정부의 민간기관 시스템과 조달을 겨냥한다. 미국의 일반 소비자와 민간기업에 딥시크 사용을 일괄 금지한 것은 아니며, 한국 이용자의 접속 조건도 이번 명령 하나로 바로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이름이 보이지 않는 제3자 서비스 안의 AI 모델까지 확인하겠다고 나선 점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AI 구매 기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개인정보와 업무 질문이 중국으로 이전될 가능성, 중국 법에 따라 정부가 민간기업의 기반시설에 접근할 가능성, 앱과 모델의 보안 취약점을 이유로 들었다. 딥시크가 값싼 AI 대안으로 빠르게 퍼진 뒤 여러 나라와 기관이 정부 기기에서 사용을 제한해 왔는데, 이번에는 미국 연방 민간기관 전체의 정보기술 공급망 문제로 범위가 넓어졌다.
이번 명령은 누구에게 적용되나
핵심 대상은 미국 연방정부 가운데 국방·정보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이다. 세금, 복지, 환경, 교통, 행정처럼 시민 생활과 맞닿은 업무를 맡는 기관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국토안보부는 2018년 제정된 연방 공급망 보안법을 근거로 위험하다고 판단한 제품과 서비스를 정부 조달과 정보기술 시스템에서 제외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명령의 중요한 문구는 ‘딥시크 제품’만이 아니라 딥시크 모델을 사용하는 제3자 서비스도 대상이라는 점이다. 직원이 딥시크 공식 사이트를 열지 않더라도, 문서 요약 도구나 고객 응대 서비스, 검색 도구가 뒤에서 딥시크 모델을 호출할 수 있다. 기관 입장에서는 앱 이름만 확인해서는 어떤 모델이 실제로 정부 자료를 처리하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제거 작업은 단순히 아이콘 하나를 지우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구매한 소프트웨어가 어느 AI 모델을 쓰는지, 공급사가 모델을 바꿀 수 있는지, 입력한 자료가 어느 나라의 서버로 이동하는지, 하청업체가 다시 다른 AI 서비스를 부르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금지 대상을 ‘브랜드’가 아니라 공급망 전체로 확장한 이유다.
다만 이 명령이 딥시크의 모든 공개 모델 파일을 인터넷에서 지우거나 연구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모델을 외부 서버에 질문하는 경우와 기관이 통제하는 환경에서 공개 모델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위험이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개된 보도와 명령 설명만으로 예외와 이행 절차를 모두 알 수는 없다. 기관별 제거 기한, 기존 계약 처리, 연구 목적 예외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최종 공고와 후속 지침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우려한 것은 ‘답변 품질’이 아니다
이번 조치의 초점은 딥시크가 질문에 좋은 답을 하느냐가 아니다. 정부 직원이 AI에 무엇을 입력하고, 그 내용이 어디에 저장되며,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생성형 AI는 질문을 받아 답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과 첨부 파일을 처리한다. 직원이 회의록, 계약 초안, 시민 민원, 보안 점검 결과를 붙여 넣으면 그 자료가 외부 서비스의 처리 경로에 들어갈 수 있다.
국토안보부는 계정을 만들 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도 이용자가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보가 공개 자료와 결합되면 미국 시민이나 정부 프로그램에 관한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의 질문은 사소해 보여도 여러 직원의 사용 기록을 모으면 조직 구조, 관심 사업, 취약한 분야를 추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우려는 중국의 법과 국가 접근 가능성이다. 정부 명령은 딥시크가 중국에 있는 민간기업이라는 사실과 현지 법에 따라 정부가 기업 기반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위험을 들었다. 이는 실제로 모든 대화가 중국 정부에 전달됐다는 사실을 새로 입증한 발표와는 다르다. ‘접근할 법적·구조적 가능성이 정부 자료를 맡기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위험’이라는 예방적 판단에 가깝다.
보안 취약점도 거론됐다. 국토안보부는 모델이나 앱에 악성 기능 또는 보안 약점이 있을 수 있고, 딥시크의 iOS 앱에서 중대한 취약점이 발견됐다는 외부 연구를 언급했다. 여기서도 구분이 필요하다. 모바일 앱의 보안 문제, 클라우드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 공개 모델 자체의 동작은 서로 다른 층위다. 하나의 문제를 발견했다고 모든 사용 방식이 똑같이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부 시스템에서는 여러 위험을 합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제3자 도구까지 금지한 이유
요즘 AI 기능은 제품 화면에 모델 이름을 크게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는 ‘회의 요약’, ‘번역’, ‘보고서 작성’ 버튼을 누르지만 실제 답변은 외부 회사의 모델이 만든다. 공급사는 비용과 속도에 따라 모델을 바꾸기도 한다. 어제는 미국 모델을 쓰던 기능이 오늘은 딥시크를 이용할 수 있고, 이용약관에 작은 글씨로만 표시될 수 있다.
이 구조에서는 기관이 딥시크 공식 앱만 막아도 자료 유출 위험이 남는다. 그래서 조달 담당자는 공급사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한다.
- 문서와 질문을 실제로 처리하는 모델 제공사는 누구인가.
- 입력·출력·첨부 파일은 어느 나라에서 저장되고 얼마 동안 보관되는가.
- 고객 자료가 모델 개선이나 학습에 쓰이는가.
- 공급사가 모델을 바꿀 때 고객에게 미리 알리는가.
- 하청업체와 연결 서비스까지 같은 보안 조건을 지키는가.
이 질문은 미국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공공기관과 기업도 ‘AI 기능 포함’이라는 설명만 보고 제품을 도입하면 실제 데이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특히 인사, 법무, 금융, 의료, 고객상담처럼 민감한 자료를 다루는 조직은 사용 화면보다 뒤쪽의 모델과 저장 위치를 계약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일반 이용자에게 당장 달라지는 점
한국에서 딥시크를 개인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이번 미국 정부 명령이 곧바로 접속 차단이나 요금 변경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개인은 여전히 서비스의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자신의 사용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개된 글을 번역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 일과 회사의 미공개 계약서나 주민번호가 든 문서를 올리는 일은 위험 수준이 다르다.
직장인은 회사가 허용한 AI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공식 딥시크 앱을 쓰지 않았더라도 브라우저 확장 기능, 회의 도구, 문서 편집 서비스가 딥시크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회사가 특정 국가나 모델의 처리를 금지한다면 개인 계정으로 우회하는 것도 규정 위반과 자료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에는 공급망 점검 비용이 늘어난다. 가격이 싼 모델을 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객이 정부기관일 경우 금지 모델을 전혀 쓰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는 모델 구성표와 데이터 이동 경로를 공개하고, 고객별로 특정 모델을 제외하는 기능을 제공해야 계약을 유지하기 쉬워진다.
딥시크와 다른 중국 AI 기업에는 미국 공공시장 접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미국이나 동맹국의 모델이라고 자동으로 안전한 것은 아니다. 데이터 보관과 직원 접근, 취약점 대응이 부실하면 같은 문제가 생긴다. 국적은 정부의 위험 판단에서 큰 요소지만, 실제 보안은 계약과 기술 통제, 운영 기록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미 있었던 제한과 무엇이 다른가
딥시크가 2025년 초 빠르게 확산된 뒤 호주, 대만, 이탈리아 등 여러 정부와 규제기관은 보안과 개인정보 문제를 조사하거나 정부 기기에서 사용을 제한했다. 미국에서도 텍사스가 주정부 기기에서 사용을 막았고, 상무부가 정부 지급 장비에서 딥시크 모델 사용을 제한한 전례가 보도됐다. 국방 관련 조직도 일찍부터 사용을 경계해 왔다.
이번 조치가 더 눈에 띄는 이유는 특정 부처나 지급 기기를 넘어 연방 민간기관의 조달과 정보기술 시스템을 다루고, 제3자 서비스까지 명시적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AI 모델이 독립 앱이 아니라 모든 업무 소프트웨어 안에 숨어드는 상황을 정책이 따라가기 시작한 셈이다.
또한 정부 구매는 민간시장에 간접적인 신호를 준다. 정부기관에 제품을 파는 업체가 딥시크 기반 기능을 분리하면, 같은 제품을 쓰는 학교와 병원, 대기업도 비슷한 선택 옵션을 요구할 수 있다. 보험사와 감사기관이 모델 원산지와 데이터 처리 위치를 점검 항목에 넣을 가능성도 있다. 금지가 민간 이용자에게 법적으로 적용되지 않더라도 제품 설계와 계약 관행은 달라질 수 있다.
과장해서 읽지 말아야 할 부분
첫째, 이번 명령은 딥시크의 답변이 모두 조작됐다는 판정이 아니다. 정부가 민감한 자료를 다루는 환경에서 공급망 위험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조치다. 모델 성능 평가와 국가안보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
둘째, 미국 전역의 민간 사용 금지가 아니다. 일반인이 딥시크를 쓰면 처벌받는다는 식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적용 기관과 시스템의 경계를 확인해야 한다.
셋째, 중국 모델만 피하면 개인정보가 자동으로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나라의 AI든 비밀 자료를 외부 서비스에 입력하면 저장과 재사용, 직원 접근 위험이 생긴다. 조직은 허용 모델 목록뿐 아니라 입력해도 되는 자료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넷째, 제3자 서비스가 딥시크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업체가 고의로 자료를 중국에 넘겼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정부 고객에게는 데이터 경로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금지된 모델을 제외할 책임이 커진다.
앞으로 확인할 변화
가장 먼저 볼 것은 최종 공고의 이행 기한과 예외다. 각 기관이 이미 설치된 앱과 계약을 얼마나 빨리 정리해야 하는지, 직접 운영하는 공개 모델까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지에 따라 영향 범위가 달라진다. 공급사가 딥시크를 제거했다는 사실을 어떤 문서로 증명해야 하는지도 중요하다.
두 번째는 다른 나라와 민간기업의 후속 조치다. 정부용 제품에서 모델 선택권을 제공하거나, 소프트웨어 화면에 실제 모델 제공사와 데이터 저장 국가를 표시하는 관행이 확산될 수 있다. 반대로 명령이 정치적 국적 규제에 치우쳤다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독자가 기억할 핵심은 간단하다. 미국 정부가 금지한 것은 눈에 보이는 딥시크 앱 하나가 아니라 정부 자료가 딥시크 모델을 거칠 수 있는 공급망이다. 개인에게 당장 사용 금지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AI 서비스를 고를 때 “어떤 기능이 있나”와 함께 “내 자료를 실제로 어느 모델과 어느 나라가 처리하나”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