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말소리를 또렷하게 들려주는 안경 출시…레가토 프레임은 보청기를 대신할 수 있나
미국 청각기술 스타트업 레가토가 2026년 10월 1일 ‘레가토 프레임(Legato Frames)’ 판매를 시작했다. 평범한 안경처럼 보이는 테 안에 청력 보조 기능을 넣고, 주변 소음과 사람의 말을 구분하는 AI로 대화를 더 또렷하게 들려준다는 제품이다. 가격은 999달러부터이며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 도수 렌즈를 넣을 수 있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통화·음악 재생도 지원한다.
이 제품은 카메라로 세상을 촬영하는 스마트 안경과 다르다. 회사 설명과 청각기기 전문 매체의 확인에 따르면 카메라가 없고 오디오를 녹음하지 않으며, 소리 처리는 안경에서 이뤄진다. 귀를 막지 않는 스피커가 말을 강조해 들려주기 때문에 주변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가벼운 수준부터 중간 수준의 청력 저하를 느끼는 성인을 위한 미국의 일반의약품 방식 보청기다.
관심을 끄는 이유는 AI 성능만이 아니다. 보청기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부담, 귀 안에 기기를 넣는 불편, 안경과 보청기를 각각 관리하는 번거로움을 하나의 일상용 제품으로 줄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경 형태라고 해서 모든 청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청력 저하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전문 진료와 맞춤형 보청기가 필요할 수 있으며, 레가토 프레임은 미국 판매를 전제로 한 제품이다.
어떤 제품이며 지금 누가 살 수 있나
레가토 프레임은 미국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으며 세 가지 스타일로 나온다. 하모니와 심포니는 999달러부터, 아리아는 1,099달러로 소개됐다. 모든 스타일에 펜탁스 렌즈가 적용되고 도수 렌즈를 선택할 수 있다. 회사는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미국 일부 안경원으로 판매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게는 렌즈를 포함해 가장 가벼운 구성이 약 34그램이며, 배터리는 사용 방식에 따라 10~12시간 간다고 안내한다. 하루 종일 착용을 목표로 하지만 음악과 통화를 많이 사용하거나 소리 처리 강도가 높으면 실제 사용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충전 방식과 장시간 착용감은 제품을 직접 사용한 독립 리뷰가 더 쌓여야 판단할 수 있다.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을 듣고 통화할 수 있지만, 핵심은 일반 오디오 안경이 아니라 청력 보조다. 레가토가 ‘스피치센스(SpeechSense)’라고 부르는 기술은 주변 소리에서 말을 분리하고 실시간으로 강조한다. 식당이나 가족 모임처럼 여러 소리가 섞이는 장소에서 상대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쉽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의 일반의약품 보청기 규정에 따라 성인의 경도에서 중등도 청력 저하를 대상으로 한다. ‘FDA 규제 제품’이라는 표현은 미국 정부가 모든 이용자에게 효과를 보증했다는 뜻이 아니다. 해당 범주의 안전·성능·표시와 소비자 보호 요건을 따라 판매된다는 의미다. 심한 청력 손실, 한쪽 귀의 갑작스러운 변화, 통증이나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에는 온라인 제품을 먼저 사기보다 의료진의 평가가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 공식 판매와 사후 지원이 가능한지는 이번 발표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가격을 단순 환율로 바꾼 금액만 보고 국내 구매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의료기기 규정, 도수 렌즈 제작, 보증과 수리, 보험 적용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AI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나
이 안경의 AI는 대화 상대의 말을 주변 소음과 구분해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북적이는 카페에서 접시 소리, 음악,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릴 때 원하는 말을 더 선명하게 전달하려는 것이다. 전통적인 보청기도 방향성 마이크와 소음 감소 기능을 사용해 왔으므로, ‘AI’라는 단어만으로 완전히 새로운 원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차이는 이를 일상 안경 형태에 넣고 회사의 실시간 분리 기술로 조정했다는 데 있다.
소리는 안경다리 안의 마이크와 처리 장치를 거쳐 열린 귀 쪽으로 전달된다. 귀를 막지 않으므로 주변 상황을 인지하기 쉽고, 귀 안에 기기를 넣을 때의 답답함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열린 구조는 귀 안을 밀폐하는 방식과 음향 특성이 다르다. 매우 시끄러운 환경이나 더 큰 증폭이 필요한 이용자에게 같은 효과를 낸다고 단정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녹음 기능과 실시간 처리를 구분하는 것이다. 레가토는 카메라가 없고 오디오를 녹음하지 않으며 모든 소리 처리가 안경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이는 대화가 서버로 전송돼 저장되는 제품과 비교해 사생활 우려를 줄이는 요소다. 그러나 마이크가 주변 소리를 감지해야 기능이 작동하는 만큼, 회사는 실제 제품의 데이터 흐름과 앱 권한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앱이 요구하는 권한과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또한 AI가 대화 내용을 이해해 중요한 말만 요약해 주는 것은 아니다. 발표된 기능은 음성을 소음에서 분리하고 또렷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외국어를 번역하거나 회의 내용을 기록하거나 사람의 의도를 판단하는 제품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왜 안경에 보청기를 넣었나
청력 저하는 흔하지만 보청기 사용률은 낮다. 레가토는 미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비용, 불편함, 낙인 때문에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귀에 꽂는 기기가 눈에 띌까 걱정하거나, 자신이 ‘보청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
안경은 이미 많은 사람이 매일 쓰는 물건이다. 도수 렌즈와 청력 보조를 하나로 묶으면 별도의 기기를 챙길 필요가 줄고, 외관도 일반 안경과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시력 교정을 위해 어차피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레가토가 병원보다 안경원 판매를 함께 추진하는 이유도 시력 검사 과정에 청력 확인을 결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변화는 보청기를 의료 보조기기에서 생활용 웨어러블로 넓히는 흐름의 일부다. 이어폰이 청력 보조 기능을 추가하고, 안경이 음성 증폭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는 별도의 전용 기기 대신 익숙한 제품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의료적 평가가 필요한 신호까지 ‘생활 가전으로 해결할 문제’로 가볍게 여길 위험도 있다.
기존 보청기와 비교할 때 장점
첫 번째 장점은 착용 방식이다. 귀 안을 막지 않으므로 이어버드나 귓속형 보청기의 압박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편할 수 있다. 안경만 벗으면 기기도 함께 벗게 되어 관리가 단순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외관이다. 청력 보조 장치가 안경다리에 들어가 있어 별도의 보청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청기 사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면 기술 성능 못지않게 큰 효과가 될 수 있다. 좋은 기기도 서랍에 넣어 두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여러 기능의 결합이다. 도수 렌즈, 청력 보조, 통화와 음악을 한 제품에서 처리한다. 기기 두세 개를 충전하고 연결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회사가 미국 기반 청각전문가와 제품 전문가의 평생 지원을 포함한다고 밝힌 점도 온라인 판매 제품의 불안을 줄이려는 장치다.
네 번째는 기기 내부 처리다. 회사 설명대로 소리가 외부 서버로 가지 않고 안경에서 처리된다면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곳에서도 핵심 기능을 쓸 수 있고, 대화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남을 가능성도 줄어든다. 다만 이 주장은 실제 제품과 앱의 독립 검증으로 계속 확인돼야 한다.
한계와 구매 전 확인할 점
가장 큰 한계는 안경을 벗으면 청력 보조도 사라진다는 점이다. 책을 읽을 때나 집에서 안경을 벗는 사람, 다른 안경을 자주 바꿔 쓰는 사람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 선글라스나 안전 안경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별도 대안이 필요하다. 도수 변화가 생기면 렌즈 교체 비용과 절차도 확인해야 한다.
배터리 10~12시간은 하루 일정에 충분할 수도 있지만,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부족할 수 있다. 배터리가 닳으면 안경 자체는 쓸 수 있어도 청력 보조 기능은 멈춘다. 출장이나 여행에서는 충전 계획이 필요하다.
프레임 선택도 일반 안경보다 제한적이다. 세 가지 스타일과 크기가 모든 얼굴형에 맞지는 않는다. 안경이 흘러내리거나 마이크 위치가 달라지면 소리 경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구매 전 반품 기간, 렌즈 주문 후 환불 조건, 수리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보험 적용은 자동이 아니다. 회사는 일부 안경원에서 시력보험 혜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구체적인 보장 범위는 보험과 판매처에 따라 다르다. 청력 보조 부분과 렌즈 부분이 어떻게 청구되는지 주문 전에 확인해야 한다. 999달러라는 시작 가격에 도수 렌즈 옵션과 세금, 배송 비용이 더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청력 상태가 제품 대상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일반의약품 보청기는 성인이 스스로 경도나 중등도 청력 저하를 관리하도록 만든 범주다. 갑자기 한쪽 귀가 들리지 않거나, 이명과 어지럼증, 귀 통증, 분비물이 있거나, 말소리가 크게 들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전문 검사가 먼저다. 제품을 사는 것으로 원인 진단을 대신할 수 없다.
성능 수치는 어떻게 봐야 하나
레가토는 독립 청각 연구소 히어어드바이저가 2026년 5월 제품을 시험해 5점 만점에 4.6점의 사운드스코어를 줬고, 시험한 기기 중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고 밝혔다. 회사 자체 평가만이 아니라 외부 연구소 결과가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한 개의 종합 점수가 모든 이용자의 만족도를 예측하지는 않는다. 청력 손실의 형태, 얼굴과 귀의 위치, 안경 착용 상태, 주로 생활하는 소음 환경에 따라 체감은 달라진다. 연구소의 음향 조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도 실제 식당, 자동차, 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같은 수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세계 최초 AI 청각 안경’이라는 회사 표현은 마케팅 주장으로 봐야 한다. 이미 다른 업체의 청력 보조 안경이 미국 시장에 나와 있고, 전통 보청기와 이어폰에도 AI 기반 소음 처리 기능이 사용된다. 레가토의 구체적인 차별점은 안경 형태, 스피치센스 처리, 무게와 사용 시간, 지원 방식으로 비교해야지 ‘최초’라는 문구만으로 우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장기 내구성도 아직 알 수 없다. 일반 안경은 수년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전자기기는 배터리 수명과 방수, 충격, 수리 가능성이 중요하다. 땀과 비, 렌즈 교체, 안경다리 조정이 전자 부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장기간 사용 자료가 필요하다.
가족과 직장에서는 어떻게 달라질까
청력 저하는 단순히 소리를 작게 듣는 문제가 아니다. 회의에서 질문을 놓치고, 가족 대화에서 자꾸 되묻고, 식당 모임을 피하게 되는 등 사회적 참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안경처럼 부담이 적은 형태가 도움을 청하는 시점을 앞당긴다면 생활의 변화는 클 수 있다.
직장에서는 회의실과 현장 소음을 구분해 말을 듣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안전 경고음이나 주변 차량 소리를 놓치지 않는지도 중요하다. 열린 귀 구조가 주변 인식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해도, 건설·제조·운전처럼 안전 규정이 있는 환경에서는 사업장의 청력 보호 장비를 대신할 수 없다.
가족은 제품을 선물하기 전에 당사자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 청력 저하를 지적받는 일은 민감할 수 있고, 안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압박을 줄 수 있다. 무료 온라인 청력 검사나 제품 광고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당사자가 불편을 느끼는 상황과 전문 평가 필요성을 함께 이야기하는 편이 좋다.
이번 발표가 중요한 이유
레가토 프레임은 AI가 화면 속 챗봇을 넘어 일상에서 감각을 보조하는 제품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보여준다. 사람의 말을 소음에서 분리하는 기술을 안경에 넣으면 보청기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시력과 청력을 한 번에 관리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기존 보청기를 불편해했던 성인에게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제품을 ‘AI 안경이 보청기를 없앴다’고 표현하면 과장이다. 미국에서 경도에서 중등도 청력 저하를 느끼는 성인을 위한 일반의약품 보청기이며, 가격은 999달러부터다. 현재 확인된 판매 지역도 미국이다. 심한 손실이나 갑작스러운 증상, 의학적 원인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전문 진료가 우선이다.
앞으로 확인할 핵심은 세 가지다. 실제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 분리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10~12시간 배터리와 34그램 무게가 장기간 착용에 충분한지, 안경원 판매 과정에서 청력 검사와 전문 지원이 어떻게 제공되는지다. 이 조건이 검증돼야 레가토 프레임이 흥미로운 신제품을 넘어 청력 관리의 진입 장벽을 실제로 낮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