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문건의 ‘사상 최대 노동 절도’ 발언…AI 저작권 소송이 다시 커진 이유
뉴욕타임스와 여러 언론사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진행 중인 저작권 소송에서 9월 17일 공개 범위가 넓어진 법원 서면이 큰 파장을 낳았다. 원고 측이 인용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연구 책임자는 2023년 대규모 뉴스 수집을 ‘전례 없는 규모의 놀라운 절도’, 나아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노동 절도’라고 표현했다. 오픈AI 내부에서도 챗봇이 언론사에 ‘존립 위협’이 되고 갈수록 원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이 문구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법정에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공개된 내용의 상당 부분은 언론사 측이 요약판결을 요구하며 제출한 주장과 인용이다. 원문 증거 일부는 여전히 비공개이고, 문장은 원래 대화의 전체 맥락 없이 제시됐다. 법원은 아직 해당 자료의 이용이 저작권 침해인지,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최종 판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AI 학습 논쟁의 중심이 ‘모델이 원문을 그대로 외웠나’에서 ‘AI 회사가 콘텐츠를 어떤 방법으로 얻었고, 원작 시장을 얼마나 대체할 것을 알고 있었나’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AI 회사가 유료 장벽을 우회하고 저작권 표시를 제거했으며, 챗봇과 AI 검색이 뉴스 사이트로 가는 클릭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내부에서 알고도 사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한다. 피고 측의 반론과 법원의 판단을 함께 봐야 하지만, 창작자와 뉴스 이용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쟁점이다.
무엇이 새로 공개됐나
이번 소송은 뉴욕타임스가 2023년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에서 출발했다. 이후 뉴욕데일리뉴스와 탐사보도센터 등 다른 언론사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원고들은 두 회사가 허락 없이 대량의 기사와 저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고, 챗봇이 때때로 기사 내용을 길게 재현해 유료 뉴스 시장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9월 17일 공개된 원고 측 서면에는 그동안 가려졌던 내부 이메일, 발표 자료, 증언의 인용이 포함됐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마이크로소프트 응용과학 책임자 브렌트 헥트다. 원고들이 인용한 2023년 1월 내부 메모에서 그는 대규모 뉴스 수집을 ‘노동 절도’라고 표현했고, 광범위한 수집 계획이 공정 이용이라는 생각을 조롱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취지의 우려도 적었다고 보도됐다.
다른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문건은 생성형 AI가 자신이 학습한 자료를 만든 사람들의 일자리를 크게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뉴스 콘텐츠를 이용해 좋은 답변을 만들수록 이용자가 원래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고, 언론사의 수익이 줄어 새 기사 생산이 어려워지며, 결국 AI가 의존하는 양질의 자료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AI 쪽에서는 챗GPT 책임자 닉 털리가 출판사와 언론사가 AI 제품으로 인해 ‘존립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챗봇이 원문을 상당 부분 대체하며 성능이 좋아질수록 그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고 쓴 내부 메시지가 인용됐다. 오픈AI 공동창업자 그레그 브록먼은 모델이 뉴스에 뛰어나다는 취지의 평가를 남겼다고 원고 측은 밝혔다.
‘내부 직원의 발언’과 ‘회사 인정’은 다르다
법적 의미를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부분이다. 회사 직원이 내부에서 ‘절도’라는 강한 표현을 썼다는 사실과 회사가 법률상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는 결론은 같지 않다. 개인은 사업의 윤리적·경제적 위험을 과장된 표현으로 경고할 수 있고, 법원이 적용하는 공정 이용 기준은 별도의 증거와 법리로 판단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rs Technica에 헥트의 문건이 한 직원의 개인적 관점일 뿐 법률 분석도, 회사의 공식 입장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자사 AI 제품이 뉴스 사이트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변형적 공정 이용’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의 증언도 사람들이 정보를 찾고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를 설명한 관찰이지, 법원에 제기된 저작권 쟁점에 대한 결론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대로 언론사들은 내부에서 예상한 시장 피해가 실제 제품에서 나타났다면 공정 이용 주장에 불리하다고 본다. 미국의 공정 이용 판단에서는 이용 목적과 성격, 원작의 성격, 사용한 양과 중요성, 원작의 잠재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함께 본다. AI 학습이 새로운 통계적 모델을 만드는 변형적 사용이라고 해도, 결과물이 원작을 대체하고 시장을 손상했다는 증거가 강하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단계에서 독자가 기억할 표현은 ‘판결’이 아니라 ‘원고 측이 공개 서면에서 제시한 증거와 주장’이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제출할 반박, 원문 증거의 전체 맥락, 법원의 증거 채택과 해석이 남아 있다. 자극적인 내부 문구를 확정된 사실 판단으로 바꾸면 소송의 실제 쟁점을 놓치게 된다.
유료 장벽을 둘러싼 주장이 중요한 이유
AI 학습을 둘러싼 최근 미국 판결에서는 합법적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모델을 만드는 행위와, 불법 복제본을 수집하거나 접근 제한을 우회하는 행위를 구분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모델 학습이 공정 이용이 될 가능성이 있어도 자료를 얻는 과정의 별도 위법성은 남을 수 있다.
이번 서면에서 언론사들은 오픈AI 관계자가 뉴욕타임스의 유료 장벽을 우회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보고했고, 브록먼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내부 메시지를 제시했다. 또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빙 검색 색인과 대규모 웹 수집 자료를 통해 기사 데이터를 주고받고, 훈련 자료에서 저작권 표시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나델라는 올해 증언에서 유료 장벽 뒤에 있는 콘텐츠를 학습이나 답변 근거로 쓰려면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됐다. 그는 오픈AI가 유료 콘텐츠를 수집해 학습한 사실을 알았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권리를 행사해 모델을 다시 학습하도록 요구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증언이 구체적인 데이터 수집 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법원이 살필 부분이다.
일반 독자에게 유료 장벽은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화면’으로만 보이지만 법적 쟁점은 더 넓다. 언론사는 검색엔진이 제목과 짧은 내용을 수집해 독자를 보내는 것에는 일정한 조건으로 동의할 수 있다. 그렇다고 검색용으로 허용한 수집물이 모델 학습용 데이터로 다시 판매되거나, 독자가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답변을 만드는 데 쓰이는 데까지 동의했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 어떤 동의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숫자로 드러난 ‘뉴스 대체’ 논쟁
원고 측 서면에서 가장 실질적인 대목은 AI 답변이 뉴스 사이트 방문을 줄였다는 주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자료에서는 코파일럿의 답변형 검색을 이용할 때 일부 원고 언론사로 넘어가는 클릭률이 기존 빙 검색보다 8393% 줄었고, 다른 일부 사이트는 5194% 감소했다. 테크크런치는 뉴욕타임스 도메인에서 최대 93% 감소 수치가 제시됐다고 전했다.
이 수치가 모든 검색, 모든 이용자, 모든 기간의 평균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어떤 질문과 화면을 비교했는지, 노출 방식과 표본이 무엇인지 원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원고가 소송에서 유리한 부분을 골라 제시했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AI 답변이 충분하면 출처 링크를 누르지 않는다는 구조 자체는 뉴스 업계가 오랫동안 제기해 온 문제다.
오픈AI 내부 메시지에는 링크를 눈에 띄게 보여 줘도 이용자가 클릭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고 원고 측은 밝혔다. 챗봇이 “핵심만 요약해 줘”라는 요구에 기사 내용을 충분히 제공하면 이용자는 원문을 열 이유가 줄어든다. 언론사는 광고, 구독 전환, 후속 기사 발견 기회를 잃는다. 반면 AI 회사는 그 기사에서 얻은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 가치를 높인다.
이 관계가 장기화되면 단순한 수익 다툼을 넘어 정보 생태계 문제가 된다. 현장 취재, 법원 기록 확인, 해외 특파원, 탐사보도에는 시간과 돈이 든다. 뉴스 조직의 수익이 줄어 취재량이 감소하면 AI가 요약할 신뢰할 만한 새 정보도 줄어든다. 내부 문건에서 언급된 ‘악순환’은 AI가 언론을 없애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원재료 공급자의 경제 기반을 약화시키면 AI 제품 자신도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경고다.
얼마나 많은 자료가 포함됐다는 주장인가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원고 측은 오픈AI의 중간 학습 데이터 묶음에 뉴욕타임스, 뉴욕데일리뉴스, 탐사보도센터가 발행한 저작물의 복사본이 9만1,692건 넘게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웹 수집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한 데이터 묶음에는 nytimes.com 문서가 200만 건 넘게 포함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학습 자료를 제공한 ‘프로젝트 택시’와 ‘프로젝트 망고’라는 계획도 언급됐다. 원고들은 프로젝트 망고 데이터에 언론사들의 고유 저작물 복사본이 최소 16만903건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숫자가 큰 만큼 뉴스 콘텐츠가 우연히 일부 섞인 수준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활용됐다는 것이 원고 측 논리다.
그러나 복사본 수와 고유 기사 수는 다를 수 있고, 같은 기사가 여러 데이터 묶음에 중복됐을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델이 모든 기사를 그대로 저장하거나 답변에서 재현했다는 뜻도 아니다. 법원은 자료 취득 방식, 학습 목적, 복제량, 출력의 유사성, 시장 대체 효과를 나눠 판단해야 한다. 숫자를 ‘모델이 200만 기사를 통째로 외웠다’고 바꾸는 것은 부정확하다.
창작자와 일반 이용자에게 무엇이 달라지나
이 소송의 결과는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 사진가, 영상 제작자, 음악가처럼 자신의 작업이 AI 학습에 쓰이는 사람들은 자료의 출처와 동의 범위가 법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되는지 지켜보고 있다. 법원이 유료 장벽 우회나 검색용 자료의 학습 재사용을 문제 삼으면 AI 회사는 더 많은 라이선스 계약과 데이터 출처 기록을 요구받을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학습을 폭넓은 공정 이용으로 인정하면 콘텐츠 회사는 개별 학습 행위를 막기보다 출력에서 원문을 재현하는 경우와 시장 대체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창작자는 대형 언론사처럼 긴 소송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계 표준 계약, 집단 라이선스, 데이터 거부 표시 같은 제도의 중요성이 커진다.
뉴스 이용자에게는 AI 답변의 출처가 얼마나 잘 보이고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링크가 표시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작자에게 가치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요약이 충분해 클릭이 거의 없다면 출처 표시는 이름표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출처 확인 없이 AI 요약만 소비하면 문맥이 빠지거나 오래된 정보가 섞여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특히 정치, 건강, 금융, 법률처럼 정확성이 중요한 뉴스는 원문과 작성 날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기업이 사내 AI를 도입할 때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직원이 구독한 보고서와 뉴스 데이터베이스를 AI에 연결할 수 있다고 해서 회사 전체가 그 내용을 학습하거나 외부 답변에 재사용할 권리까지 얻는 것은 아니다. 계약서가 검색, 요약, 내부 분석, 모델 개선을 각각 어떻게 다루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화면에서 볼 권리’와 ‘대규모로 복사해 새 제품을 만들 권리’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아직 법원이 결정하지 않은 것
현재 공개된 서면은 원고들이 재판 없이 일부 쟁점을 판단해 달라고 요구하는 요약판결 절차의 자료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이 아니라 피고의 반박과 증거 전체를 본다. 내부 문건이 어떤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는지, 인용이 원래 맥락에서도 같은 의미인지, 특정 데이터가 실제 모델 학습에 어떻게 쓰였는지 모두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오픈AI의 무허가 학습이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냈다는 보도도 있다. 다른 AI 저작권 사건에서는 학습의 변형적 성격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반면, 불법 출처에서 자료를 모은 행위는 별도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따라서 이번 문건 하나로 미국의 AI 학습이 불법으로 확정됐다고 말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반론을 내놨고, 테크크런치는 기사 발행 전 두 회사가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도 시점과 매체에 따라 답변 여부가 달랐다는 점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오픈AI의 공식 답변과 피고 측 서면이 공개되면 내부 문구의 맥락과 데이터 이용 경로가 더 분명해질 수 있다.
앞으로 볼 변화
이번 공개의 핵심은 강한 한 문장보다 세 가지 증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다. 첫째, 콘텐츠를 얻은 방식에 유료 장벽 우회나 목적 밖 재사용이 있었는가. 둘째, AI 출력이 원작을 어느 정도 재현하고 대체했는가. 셋째, 회사가 그 시장 피해를 알고도 방지책이나 라이선스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는가. 법원이 이 세 질문에 어떤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AI 학습과 검색의 사업 모델이 달라질 수 있다.
TechCrunch의 보도와 Ars Technica의 법정 자료 분석에서 현재 확인되는 결론은 제한적이지만 중요하다. ‘사상 최대 노동 절도’는 판사의 판결문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경고였고, 피고 회사는 공식적인 법률 인정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동시에 AI 회사 내부에서도 뉴스 생태계의 수익과 자료 공급이 무너질 위험을 일찍 인식한 정황이 공개됐다. 다음 판단에서 볼 것은 자극적인 표현의 승패가 아니라, 그 인식이 실제 데이터 수집과 제품 설계에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