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90억 가지 DNA 변화를 미리 계산했다…알파게놈 아틀라스가 여는 연구
구글 딥마인드가 9월 8일(현지시간) 사람의 DNA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약 90억 가지 ‘한 글자 변화’의 영향을 미리 계산한 데이터베이스 ‘알파게놈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우리 몸의 설계도에 비유되는 DNA는 네 종류의 글자가 약 30억 개 이어진 형태다. 각 위치의 글자를 다른 글자로 바꾸는 모든 경우를 합치면 약 90억 가지가 된다. 딥마인드는 자체 AI 모델 알파게놈으로 이 변화들이 유전자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측해 약 1페타바이트 규모의 자료로 만들었다.
이번 발표는 사람의 유전 정보를 읽거나 질병을 바로 진단해 주는 소비자 서비스가 아니다. 연구자가 의심되는 유전 변이가 실제로 어떤 분자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지 빠르게 좁혀 보도록 돕는 연구용 지도다. 코딩을 하지 않는 임상 연구자와 생물학자도 웹 화면에서 검색할 수 있게 공개됐다는 점이 새롭다. 수십억 개 후보를 하나씩 AI에 넣어 계산하는 대신 결과를 미리 준비해 놓고 필요한 위치를 찾는 방식이다.
알파게놈 모델 자체는 2026년 1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이번 아틀라스는 새 모델을 발표한 것이라기보다, 그 모델의 예측을 사람 유전체 전체 규모로 확장해 검색 가능한 자원으로 만든 후속 단계다. 따라서 “AI가 DNA의 비밀을 모두 풀었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 계산된 예측을 연구자가 실험과 임상 자료로 검증하기 쉽게 만든 것이 정확한 의미다.
왜 DNA의 98%가 어려운 문제인가
사람의 DNA 중 단백질을 만드는 직접적인 지침이 담긴 부분은 약 2%다. 나머지 약 98%는 한때 기능이 적다고 오해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작동할지를 조절하는 중요한 구역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비암호화 영역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해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단백질을 만드는 부분의 변화는 비교적 직접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요리법의 재료 이름이 바뀌어 완성 음식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반면 조절 영역은 “이 요리법을 월요일 저녁에만 사용하라”, “이 재료는 간에서 두 배로 만들라” 같은 운영 지시에 가깝다. 글자 하나가 바뀌면 특정 조직에서 유전자가 너무 많이 켜지거나, RNA가 잘못 잘려 붙거나, 멀리 떨어진 조절 부위와 유전자의 연결이 달라질 수 있다.
사람마다 가진 유전 변이 대부분은 이런 비암호화 영역에 있다. 질병이 있는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도 수많은 차이가 발견되기 때문에 어느 변화가 원인과 관련 있는지 가려내기가 어렵다. 모든 후보를 실험실에서 하나씩 검사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AI는 여기서 답을 확정하는 판사보다 우선 조사할 후보를 정리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알파게놈은 무엇을 예측하나
알파게놈은 최대 100만 개 DNA 글자로 이뤄진 긴 구간을 한 번에 살펴보고, 그 서열이 세포 안에서 어떤 기능적 신호와 연결되는지 예측한다.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사람에서는 5,930개, 생쥐에서는 1,128개의 생물학적 신호를 다룬다. 유전자 발현, RNA가 잘려 이어지는 과정인 스플라이싱, DNA가 세포 안에서 얼마나 열려 있는지, 특정 단백질이 어디에 붙는지, 멀리 떨어진 DNA 구역이 입체적으로 어떻게 접촉하는지 등이 포함된다.
길이와 세밀함을 함께 다룬다는 것이 모델의 특징이다. 기존 방법 중에는 DNA 글자 하나 수준의 변화를 자세히 보지만 주변 맥락을 짧게만 보는 모델이 있었고, 긴 구간을 보지만 결과를 큰 덩어리로 나눠 세밀한 위치를 놓치는 모델도 있었다. 알파게놈은 최대 100만 글자의 넓은 맥락을 보면서 여러 결과를 세밀한 해상도로 예측하려 했다.
논문에서 알파게놈은 유전체 신호 예측 과제 24개 중 22개, 변이 영향 예측 과제 26개 중 25개에서 당시 비교 대상 가운데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특정 연구 평가에서 나온 결과다. 모든 질병, 모든 인구집단, 모든 세포 상태에서 임상적으로 정확하다는 보증이 아니다.
무엇보다 알파게놈은 유전 변이가 분자 수준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예측한다. 사람이 실제로 병에 걸릴지, 증상이 얼마나 심할지, 어떤 치료가 맞을지를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 질병은 여러 유전자와 생활 환경, 나이, 다른 건강 상태가 함께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분자 변화의 예측과 환자 진단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아틀라스가 추가한 것은 ‘미리 계산된 지도’다
알파게놈 모델을 사용할 수 있어도 연구자가 관심 있는 변이마다 계산을 실행하고 수천 개 결과를 해석하려면 전문 지식과 시간이 필요하다. 알파게놈 아틀라스는 사람 유전체의 각 위치에서 가능한 세 가지 다른 글자로의 변화를 모두 계산해 약 90억 개 예측을 준비했다. 데이터 규모는 약 1페타바이트다. 딥마인드는 이것이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보다 30배 이상 큰 규모라고 설명한다.
연구자는 웹 포털에서 유전자 이름이나 유전체 위치를 찾고, 특정 변이가 여러 세포와 조직에서 어떤 영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희귀질환 환자에게서 발견된 수많은 후보 가운데 우선 실험할 변이를 고르거나, 암 연구에서 유전자 조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변화를 찾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AVI 점수’라는 하나의 요약 점수가 도입됐다. 정식 명칭은 알파게놈 변이 영향 점수다. 알파게놈이 예측하는 조절 영역의 영향과, 단백질을 바꾸는 변이를 예측하는 알파미센스의 정보를 함께 묶어 후보의 중요도를 빠르게 순위로 볼 수 있게 한다. 복잡한 여러 지표를 한눈에 비교하는 출발점인 셈이다.
점수만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생물학적 특징이 점수를 높였는지 설명하는 자료도 연결한다. 예를 들어 RNA 스플라이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지, 특정 조직에서 유전자 활동이 변하는지, 단백질 기능에 영향이 있을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자가 단순히 “위험해 보인다”는 숫자를 받는 대신 실험으로 확인할 가설을 세우도록 돕는 장치다.
아틀라스에는 2,500개가 넘는 짧은 DNA 반복 패턴, 즉 모티프 정보도 포함된다. 모티프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단백질이 붙는 자리처럼 기능할 수 있어 DNA 문장의 ‘단어’에 비유된다. 변이가 이런 단어를 깨뜨리거나 새로 만들 것으로 예측되면 왜 유전자 활동이 달라질 수 있는지 설명하는 실마리가 된다.
알파폴드와 무엇이 다른가
딥마인드의 이름 때문에 알파폴드와 혼동하기 쉽다. 알파폴드는 단백질이 어떤 입체 구조로 접힐지 예측해 생명과학 연구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알파게놈은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 즉 DNA 서열이 세포 안에서 어떻게 읽히고 조절되는지에 초점을 둔다.
쉽게 말해 알파폴드가 완성된 기계 부품의 모양을 예측하는 도구라면, 알파게놈은 공장에서 어떤 부품을 언제 얼마나 만들지 정하는 제어판의 영향을 살피는 도구에 가깝다. 둘 다 생명 현상을 계산으로 좁혀 주지만 해결하는 질문이 다르다.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는 실험으로 알려진 약 19만 개 단백질 구조의 범위를 2억 개가 넘는 예측 구조로 크게 넓혔다. 딥마인드는 알파게놈 아틀라스도 유전 변이 연구의 출발점을 넓히기를 기대한다. 다만 단백질 구조 예측과 변이의 임상적 의미 해석은 검증 방식과 불확실성이 다르므로 성공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희귀질환 연구에는 어떻게 쓰일까
희귀질환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하면 여러 후보 변이가 나온다. 이미 알려진 질병 유전자의 단백질 영역에서 뚜렷한 변화가 발견되면 해석이 비교적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을 직접 바꾸지 않는 영역에서 변이가 발견되면 원인을 찾기가 훨씬 어렵다.
아틀라스는 이 후보들을 분자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순서로 정리하고, 어떤 조직과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보여 줄 수 있다. 연구자는 환자의 증상과 맞는 조직에서 큰 변화가 예측되는 후보를 먼저 실험할 수 있다. 진단을 자동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후보 목록에서 과학적으로 확인할 순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집단 유전학에서도 쓸 수 있다. 많은 사람의 유전체와 질병 여부를 비교하면 특정 지역이 질병과 통계적으로 연관된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그 안의 어느 글자 변화가 실제 기능을 바꾸는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다. 아틀라스의 예측은 통계적 연관성과 분자적 설명 사이를 잇는 가설을 제공할 수 있다.
신약 연구에서는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조절 경로를 좁히고 실험 표적을 고르는 초기 단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틀라스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변이가 곧바로 약물 표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세포 실험, 동물 연구, 환자 자료,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은 여전히 길다.
일반인이 바로 유전자 결과를 입력해도 될까
웹사이트가 코딩 없이 열려 있다고 해서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넣고 병을 자가진단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용 점수는 의료 진단서가 아니며, 불확실한 변이를 병원성으로 오해하면 불필요한 불안이나 잘못된 건강 결정을 만들 수 있다.
소비자 유전자 검사에서 받은 정보는 전체 유전체를 정밀하게 분석한 자료와 다를 수 있고, 같은 변이라도 가족력과 증상, 검사 품질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건강과 관련된 결과는 임상 유전 전문가나 의료진의 해석이 필요하다. 또 유전 정보는 비밀번호처럼 바꿀 수 없는 민감 정보이고 가족과도 일부 공유되므로, 외부 사이트에 업로드하기 전에 개인정보 처리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알파게놈 아틀라스의 가장 적절한 사용자는 연구 질문과 검증 방법을 가진 과학자다. 일반 독자에게 중요한 점은 이 도구가 내일의 병원 진료를 즉시 바꾸기보다, 오늘 연구실에서 후보를 찾는 시간을 줄여 장기적으로 진단과 치료 연구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과장해서는 안 되는 한계
첫째, 예측은 실험이 아니다. AI는 기존에 수집된 생물학 자료에서 패턴을 학습해 보지 못한 변이의 영향을 추정한다. 데이터가 부족한 세포 유형이나 특수한 질병 상태에서는 정확도가 낮을 수 있다. 점수가 높더라도 실제 실험에서 효과가 없을 수 있고, 낮은 점수의 변이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
둘째, 모델이 보는 거리는 넓지만 무한하지 않다. 네이처 논문은 약 10만 글자를 넘는 아주 먼 거리의 조절 관계,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효과, 개인별 유전체 맥락, 일부 비암호화 유전자 등을 한계로 언급한다. 한 변이의 효과가 주변의 다른 변이와 함께 달라지는 경우도 단일 글자 예측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학습 자료의 대표성 문제다. 유전체 연구는 유럽계 조상 집단의 자료가 과도하게 많다는 비판을 오래 받아 왔다. 분자 신호를 예측하는 모델도 학습 데이터의 조직, 세포, 집단 구성이 부족하면 특정 사람들에게 덜 정확할 수 있다. 연구자는 아틀라스의 점수를 절대적인 보편값으로 쓰기보다 실제 대상 집단에서 검증해야 한다.
넷째, ‘병원성’과 ‘영향이 큼’은 같지 않다. 어떤 변이는 분자 과정을 크게 바꾸지만 건강에는 거의 영향이 없을 수 있다. 반대로 작은 변화가 특정 환경이나 다른 유전자와 결합해 중요해질 수도 있다. AVI 점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도구이지 환자에게 병명을 붙이는 자동 판정기가 아니다.
이번 발표가 중요한 이유
알파게놈 아틀라스는 AI가 새로운 답을 한 번 보여 준 사건이라기보다, 방대한 예측을 누구나 연구에 재사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로 바꾼 사건이다. 연구자가 수십억 가지 가능성을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고 검색한 뒤 실험 후보를 좁힐 수 있다면 희귀질환, 암, 유전자 조절 연구의 초기 탐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코딩 없이 접근하는 웹 포털은 계산 전문가와 생물학자 사이의 문턱도 낮춘다.
앞으로 볼 변화는 구체적이다. 독립 연구팀이 아틀라스 점수를 실제 환자 집단과 실험에서 얼마나 재현하는지, 덜 연구된 인구집단과 조직에서도 성능이 유지되는지, 의료기관이 임상 해석 지침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는지가 핵심이다. 데이터가 1페타바이트이고 변이가 90억 개라는 숫자는 크지만, 이 발표의 가치는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예측이 검증 가능한 생물학적 발견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서 결정된다.
출처: 구글 공식 발표, 구글 딥마인드 상세 설명, AlphaGenome 네이처 논문, AlphaGenome Atlas